◎갈수록 군중심 통제체제 강화김원형씨 등 14명의 귀순 기자회견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북한군의 관할 영역이 영농분야로까지 확대, 북한 사회가 갈수록 군의 통제체제에 편입되고 있다는 증언이다.
김씨와 차남 희영(26·신의주 삼교고등중학교 영어교원), 3남 희성(20·평북도 국방체육단 양궁선수)씨는 『협동농장에 대대 규모의 병력이 봄부터 가을까지 주둔하면서 영농과정을 감독·통제하고 직접 곡식을 인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대장은 농장 명예관리위원장, 정치지도원은 리당 명예비서 등의 직책을 부여 받아 농장 간부들을 감시하며 추수때는 수확물의 도난 방지를 위해 무장병력이 투입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군의 영농개입은 지난 4월 김정일이 하달한 「군대가 책임지고 농사를 지을데 대하여」라는 최고사령관 명령에 따른 것이다. 식량난이 극심 해지면서 농장원과 중간 관리자, 운송책임자 등이 식량, 심지어 씨앗까지 갈취하고 있어 군부대마저 군량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귀순자들의 설명이다.
김정일은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김일성 사후 계속해서 군부의 위상을 올려왔다. 또 금강산 발전소, 원산∼금강산 철길,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건설 등 대규모 사업도 대부분이 군 주도로 이뤄졌다. 여기에 미사일 수출 등 군경제가 북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북한군의 역할은 국방·군수 경제 뿐 아니라 일반 행정분야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다.
김씨의 장남 희근(29·신의주 락원고등중학교 물리교원)씨와 딸 순희(23·신의주 석하진료소 조산원)씨는 『지난 94년부터 초모(징집)대상자가 넓혀져 22세까지는 성분불량자까지도 군입대가 허용됐고 96년부터는 복무연한이 10년에서 13년으로 연장됐다』고 말했다. 군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북한 전문가는 『농업과 경제발전을 위해 조직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집단은 군밖에 없다』며 『김정일이 개혁·개방정책을 군주도로 이끄려는 발상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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