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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쪽답게 “떠밀려 결정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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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쪽답게 “떠밀려 결정 안해”

입력
1997.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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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직사퇴 불가 고수·자발적 결단 뜻 모두 함축/우선은 강한 지도력 과시… 경선전 사퇴 가능성도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최근 대표직사퇴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누구에게 밀려서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짧은 한마디는 이 문제에 대한 이대표의 심경과 구상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 첫째는 반이대표측 대선주자들의 사퇴공세에는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대표는 현단계에서 대표직 사퇴요구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동안 대표직 수행과정에서 「불공정 사례」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막연히 『대표직을 유지하면 공정경선이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대표의 언급을 뒤집어 보면 『나의 자발적 결단으로 대표직을 던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대표가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대표가 현시점에서 경선전 사퇴의사를 밝힌다면 이후 대표직수행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해 사퇴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와 맞물려 최근 이대표 진영에는 『경선후보등록과 함께 대표직을 던지지 않으면 경쟁주자들의 집중표적이 될 뿐 아니라 그들에게 경선결과 불복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사퇴불가피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대표는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밀리는 모습으로 대표직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이대표는 앞으로도 사퇴요구에 계속 맞서면서 강한 지도력을 과시한 뒤 후보등록을 즈음해 공정경선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모양을 갖춰 사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대표의 구상이 그리 녹록하게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퇴시점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찬종 이한동 고문과 김덕룡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등 반이대표진영은 오는 29일 전국위원회 직후 대표직 사퇴를 한목소리로 요구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강도높은 공동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태세다. 이대표가 「다른 선택」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 돌출될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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