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지휘부의 전격 경질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욕적인 군개혁에 저항해온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성격을 띠고 있다. 동시에 파벨 그라초프 전 국방장관이후 끊임없이 터져나온 군 수뇌부의 뇌물수수와 호화 다차 건축사건, 부정축재 등 뿌리깊은 군부내 부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해석된다.이고르 로디오노프 전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이래 군의 소수정예화를 목표로 한 섣부른 군조직 개편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전략로켓군과 공수부대 등의 개편을 반대해왔으며 최근에는 정부의 무모한 국방예산삭감으로 핵전력이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옐친 대통령이 22일 개최된 국방위원회에서 로디오노프 전 장관 아래서 군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타한 것도 전반적인 크렘린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방장관의 경질은 콘스탄틴 코베츠 전 국방차관이 21일 수뢰혐의로 레포르토보 감옥에 전격 수감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관측된다. 21일로 예정됐던 국방위원회가 코베츠 전차관의 수감으로 하루 연기됐고 당초에는 국방위원회에서 코베츠 전차관과 블라디미르 세묘노프 전 지상군사령관의 후임 인사단행 정도가 예상됐었다. 따라서 고위공직자의 재산 및 소득신고 의무화 등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옐친 대통령으로서는 코베츠 전 차관의 수뢰사건을 계기로 군내 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군 최고위층 문책」이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로디오노프 전 장관의 퇴진은 또 알렉산데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위 서기의 「군인맥 몰락」을 알리는 서막으로 향부 군부내 동향이 주목된다.
군개혁의 중책을 맡은 전략로켓군 사령관 출신의 이고르 세르게예프 신임 국방장관은 화급한 과제인 국방예산 감축을 비롯, 군조직 개편과 이에 따른 장성들의 대규모 전역 등을 본격 추진할 것이지만 산하 군부대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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