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교황 유력후보 거명 피오 라기 추기경/아르헨 ‘5월어머니회’ 고소… 본인은 부인『교황의 특사가 「더러운 전쟁」의 지휘자였다』
아르헨티나의 인권단체 「5월 광장 어머니회」는 20일 74∼80년 교황의 대사로 파견됐던 피오 라기 추기경을 군사정권에 협력, 인권탄압에 앞장선 혐의로 이탈리아 법무부에 고소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라기 추기경은 현재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직위중 하나인 가톨릭 교육위원장으로, 차기 교황후보로도 거명되는 인물이다.
이 단체는 고소장에서 『라기 추기경이 반정부 인사들을 납치, 고문, 살해한 군정의 이른바 「더러운 전쟁」에 개입, 일부 희생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당시 그가 비밀감옥과 고문실에 있는 것을 보았다는 주교와 사제, 수녀원장 등 목격자들의 증언을 함께 제출했다.
이에 대해 라기 추기경은 즉각 성명을 발표, 『그들의 주장은 「악의」에서 비롯됐으며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당시 본인의 활동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보여준 연민에 대해 칭송한 수많은 성명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개입」주장은 처음이지만 그가 침묵을 지킴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살을 묵인했다는 비난은 과거에도 있었다. 또 아르헨티나의 주교들도 지난해 「더러운 전쟁」과 관련, 죄를 저질렀음을 공식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라기 추기경이 실제로 기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들은 그러나 『우리에게는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83년 라울 알폰신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진행된 과거청산 작업에도 불구하고 진실 규명이 미흡했다고 주장하며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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