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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멈춘 원시의 신비/호주 와인글라스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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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멈춘 원시의 신비/호주 와인글라스 해변

입력
199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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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이 허리를 파들어와 푸른바다를 담은 술잔처럼…/하늘과 바다 그리고 땅이 만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곳/모텔… 상점… 어떤 문명흔적도 없이해변이 와인글라스(Wineglass·술잔)라면 바다는 무엇일까. 와인(Wine)이라고 해도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호주의 가장 큰 섬 태즈메이니아(Tasmania)주 동쪽 프레이시네이(Freycinet)국립공원에는 와인글라스 해변이 있다. 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위, 아래로 가르는 프레이시네이국립공원의 동쪽 허리를 파고 들어온 모양이 마치 와인글라스의 둥근 밑부분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부터 나그네의 호기심을 잔뜩 부추긴다. 마치 시간도 멈춘듯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해변의 북쪽에 솟은 해발 485m의 아모스(Amos)산에는 해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남쪽에는 해발 620m의 프레이시네이산이 버티고 섰다. 와인글라스 해변에선 티 한 점없이 푸른 바다를 술로 삼아 맘껏 취해도 좋다.

3박4일 일정으로 꾸며진 프레이시네이국립공원 탐험은 타즈매니아의 주도 호바트(Hobart)에서 출발한다. 2시간 정도 동북쪽으로 달려가면 콜스(Coles)만이 기다린다. 본격적인 탐사여행은 여기서 모터보트를 타고 반도인 프레이시네이국립공원 해안을 일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안을 돌다보면 한가롭게 창공을 떠도는 바다독수리(Sea-Eagle)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양쪽 날개를 쭉 펴고 바다 위로 치솟은 해안절벽을 나는 당당한 위용은 육지독수리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먹이가 나타나면 번개처럼 바다속으로 뛰어든다. 타즈매니아는 호주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 특성으로 펭귄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펭귄의 우스꽝스러운 걸음새와 바위에서 잠수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스코튼(Schouten)해협에서 즐기는 줄낚시도 재미가 크다. 워낙 어족이 풍부한데다 잡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월척이 가능하다. 미늘에 새우를 달아 물속에 내리기만 하면 입질이 시작된다. 손으로 줄을 잡아 올리면 팔뚝만한 플랫헤드(Flat-Head·넙치 비슷한 물고기)가 버둥거리며 따라 올라온다. 직접 잡은 물고기로 마련하는 저녁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앤 그리핀(Anne Griffin·36·여)씨는 훌륭한 안내자일 뿐만 아니라 일류요리사다.

낚시가 끝나면 배는 브라이언스(Bryans)해변에 관광객을 토해낸다. 브라이언스해변을 산책하고 숲속을 1시간쯤 걸으면 첫날밤을 보낼 쿡스(Cooks)해변이 나온다. 해변의 캠핑이 기다린다.

둘째날 탐사코스는 두 가지로 관광객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 그래햄(Graham)산 등반과 해저드(Hazards)해변 산책이 그 것이다. 그래햄산은 해발 579m로 도중에 타즈매니아악마(Tasmania Devil) 이스턴퀄(Eastern Quoll) 긴코포토루(Long―Nosed Potoroo·이상 동물), 휴온소나무(Huon Pine) 오시크리스마스(Aussie Christmas) 블루검(Blue―Gum·이상 나무) 등 프레이시네이국립공원의 다양한 생태계를 즐길 수 있다. 해저드해변은 위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은 아니다. 모래는 진흙처럼 부드럽고 바다는 연두빛부터 짙은 남색까지 다채롭다. 해저드해변에서 위험한 것이 있다면 단지 해변의 찬란한 아름다움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 것 뿐이다.

그래햄산 코스와 해저드해변 코스는 와인글라스해변에서 만난다. 북쪽 아모스산과 남쪽 콰트자이트(Quartzite)전망대에서 와인글라스 해변의 경이를 감상할 수 있다. 와인글라스 해변은 남북으로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자유롭게 찾을 수 없다. 아름다움에 비해 전혀 더럽혀지지 않은 것도 접근하기 어려운 천혜의 자연조건 때문이다. 와인글라스 해변에 가기 위해서는 배로 프레이시네이반도를 돌아가거나 아모스산을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와인글라스 해변에는 잡상인도 모텔도 기념품가게도 찾을 수 없다. 가이드 그리핀씨는 『와인글라스해변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이 한 곳에서 만나 경이로운 조화를 이룬 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의 무자비한 손으로부터 오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날은 블루스톤(Bluestone) 캠프에서 잔다.

셋째날은 바닥까지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프레쉬워터(Freshwater)호수를 거쳐 마지막 밤을 보낼 프렌들리(Friendly)해변의 통나무집으로 간다. 숲속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대여섯채의 통나무집은 해변쪽으로 넓은 창유리가 있어 바다가 한 눈에 잡힌다. 온수와 전기는 모두 태양열발전을 통해 공급되고 화장실도 환경순환시스템으로 설치됐다. 모두 신이 빚어낸 선물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다. 넷째날 일출이 장관인 프렌들리해변을 산책한 뒤 호바트로 돌아오는 것으로 3박4일간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프레이시네이국립공원 탐험은 텐트숙박이 포함되기 때문에 호주의 여름이 시작되는 11월부터 초겨울인 6월사이에 주로 마련된다. 초겨울이라는 6월에도 최저기온이 10도 정도이기 때문에 방한복은 필요 없다. 모든 숙식과 교통편을 제공하고 한 사람당 우리 돈으로 70만원 정도 든다. 호주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779-8927)로 연락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천연동굴 700개 ‘손짓’/경비행기·유람선여행도 해볼만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데니스(로버트 레드퍼드)와 케렌(메릴 스트립)처럼 경비행기를 타고 대자연을 감상하고 싶을 땐 호주를 찾아라. 타즈매니아 주도 호바트에선 경비행기를 타고 해안선을 일주하는 상품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파아비온(Par―Avion)」사가 운영하는 「윌더니스 투어(Wilderness Tours)」는 매일 상오 9시 호바트공항 부근에서 출발한다.

1시간쯤 날아 경비행기가 초원 한가운데 건설된 멜라루카(Melaleuca) 활주로에 내려 앉으면 유람선여행이 이어진다. 유람선은 야생초원 사이로 흐르는 강을 따라 1시간쯤 계속된다. 호바트로 돌아오는 항공노선은 다른 코스이다. 유람선에서 1박할 수도 있고 야생초원 텐트촌에서 보낼 수도 있다. 하루경비는 1인당 15만원, 점심제공 없이 비행기와 모터보트만 탄다면 9만원. 국제전화 61―3―6248―5390.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땅속으로 가면 된다. 타즈매니아 북부 몰크릭(Mole―Creek) 지역에는 원시동굴 700여개가 탐방객의 발길을 기다린다. 1840년대 농장개척을 위한 정착이 시작되면서 발견된 천연동굴은 태고로의 여행을 제공한다. 가이드를 따라 동굴로 들어가면 지하세계가 부끄러운 듯 속살을 드러낸다. 물방울 소리만이 동굴에 메아리칠 때 가이드가 플루트를 꺼내 알 수 없는 노래를 연주한다. 가이드는 「당신이 발견했던 동굴의 모습 그대로 동굴을 떠나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전달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준다.

1인당 하루 9만원, 4만5,000원 가량의 반나절 프로그램도 있다. 예약을 하려면 호주국가번호는 61이고 지역번호는 03, 전화번호는 6367―8142이다.<태즈메이니아(호주)=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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