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올해 처음 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며칠동안 죽죽 쏟아지던 빗줄기가 가시고 환한 햇살이 따사로웠다. 그 때문인지 TV화면에 비친 광주 운정동 5·18신묘역은 한결 싱싱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그 싱그러운 평화에서 오히려 어지러움을 느낀 시청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광주 망월동 구묘역은 어두운 역사의 상징이었다. 비록 새단장된 곳이라지만 5·18희생자들이 잠든 묘지가 그토록 화사한 모습으로 다가오다니. 「역사 바로 세우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본보 19일자 독자의 소리면에는 「5·18용공매도에 분노한다」는 글이 실렸다. 대한민국 상이군경회와 4·19혁명희생자유족회 등 6개 단체 이름으로 본보 15일자에 게재된 광고를 반박하는 글이었다. 광고는 5·18희생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려는 정부방침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 단체들은 『5·18관련자에게 국가유공자 지정까지 허락한다면 조국수호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다 희생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며 5·18의 재평가를 격한 문구로 비난했다. 글에서는 「폭도」가 아닌 「민주투사」를 진압한 꼴이 된 당시 「군경」들이 느꼈을 자괴감과 황당함 등이 배어났다. 또한 존재의 기반을 부정당하는 절박함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앞서의 독자는 『광주의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그러한 항의를 하다니 이해가 안간다』며 『5·18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과 명예를 훼손한 6개 단체는 하루 빨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십수년간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온 5·18관련자들의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일게다. 그러나 광고를 낸 이들의 곤혹스러움도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일 수 있다. 그간 우리는 정의와 불의가 수시로 자리바꿈 하는걸 지켜보아왔다. 한마디로 가치의 혼돈 속을 살아왔다. 굴절된 역사를 바로 펴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상처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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