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공구사 납품대금 떼먹고 잠적/회사 부도위기… 소중한 일터 잃어중소특수공구 전문 제조업체 「정특수정밀기공」(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장애인의 달에 실직 위기에 놓였다. 소규모 기업이지만 건실한 이 회사에서 열심히 자활의 꿈을 키워온 이들이 회사가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다.
직원 21명중 15명이 장애인인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탱크팡」이란 공구. 콘크리트벽에 손을 다치지 않고 쉽게 못을 박을 수 있도록 한 안전집게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특허를 받은 아이디어제품이다.
그러나 3월부터 서울 송파구의 (주)정석철강이라는 회사를 믿고 4차례에 걸쳐 개당 2만원씩 1만2천여개를 납품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달 17일 마지막 납품을 한 이틀뒤 대금 1억5천여만원을 받기위해 찾아간 (주)정석철강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사장과 직원들은 이미 잠적해 버린 상태였다. 빈사무실 밖에는 똑같이 사기당한 업체 직원과 사채업자들이 모여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거래약정서와 함께 받아두었던 6천여만원짜리 어음도 부도가 난 휴지조각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납품했던 바로 그 제품이 변두리 철물점에 5천원의 덤핑가격으로 쏟아져 나와 있었던 것. 이 바람에 정상가로 납품했던 다른 업체로부터도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가 하면 성사단계였던 미국 호주 독일 일본 등지로의 수출상담마저 잇따라 깨졌다.
이 회사의 지체 및 척수장애인들은 「정특수정밀기공」이 「탱크팡」 특허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평소 사회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정승주(42) 사장과 구자화(41) 본부장에 의해 지난해 10월 채용됐다. 경남 울산공장의 조립생산라인에 투입된 이들은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 정상인보다 두배이상 땀을 흘렸고 다른 직원 6명도 이들의 열성에 감동, 하나가 돼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번 사기사건으로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했고 두번다시 없을 소중한 일터를 잃은 장애인들은 당장 생계마저 걱정하게 됐다.
양팔을 못쓰던 장애인 남편을 5년전 교통사고로 잃은 뒤 혼자 세가족의 생계를 맡고 있는 2급 지체장애인 김춘자(54·여)씨는 『73세된 시어머니가 병환이 깊은데도 공장이 멈춘 뒤론 약값도 대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이 다시 돌아가 외아들(14)의 수업료라도 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울먹였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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