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극인 「용의 눈물」이 장안에 화제다. 대권을 놓고 승부를 벌이는 내용 자체가 흥미로울 뿐만아니라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대권 다툼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장악력이 떨어진 태조 이성계, 권력을 넘보는 이방원과 정도전의 암투, 둘 사이에서 줄서기와 눈치보기에 바쁜 대신들은 인물만 다를 뿐이지 내용은 지금과 대동소이하다.신한국당 대선주자중 한 사람은 『드라마 「용의 눈물」을 보노라면,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서있는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의 말대로 최근 신한국당에서 전당대회 시기, 대표직 사퇴를 놓고 8룡인지, 9룡인지 그들간에 벌어지는 힘겨루기는 이방원과 정도전의 다툼에 부족하지 않다. 승패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된다는 사실만 다를 뿐, 난무하는 술수와 패거리 전략은 동일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지금 신한국당의 암투는 질적으로 「용의 눈물」에 비할 바가 못된다. 우선 이방원과 정도전은 명분상으로 명나라를 어떻게 대해야하느냐는 외교·국방정책을 놓고 승부를 벌였고, 조선왕조의 기틀을 닦기 위해 왕권주의와 신권주의 중 어느 쪽을 택해야하느냐는 문제로 대립했다. 내심이야 어찌됐든 나라의 미래, 백성의 안위가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신한국당의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논쟁에는 나라와 국민이라는 명분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오로지 누가 유리하느냐는 얄팍한 이해타산만 있을 뿐이다. 대표자리를 고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회창 대표나 무조건 물러나라고 외치는 반이 주자들에게서 우국충정의 「눈물」을 느낄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은 경제파탄, 민심이반, 시국불안을 걱정하는 진정한 「용의 눈물」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선주자들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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