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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뱅’ 시작됐다/개방이후 슈퍼·대리점업은 빈사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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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뱅’ 시작됐다/개방이후 슈퍼·대리점업은 빈사상태

입력
199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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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대농 부도 등 대기업 도미노 전조/‘살벌한 약육강식’ 재계판도 재편될수도최근 진로와 대농그룹의 사실상 부도로 재계 판도를 재편할지도 모르는 「유통 빅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개방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맞아 꿈틀대온 유통업계가 계속되는 불황에 휩쓸리면서 구조개편을 위한 지각변동에 들어갔다. 대형 외국업체들이 들어오면서 시작된 미진은 알게 모르게 슈퍼 대리점 등 소규모 유통망을 무너뜨린 뒤 이제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넘어뜨릴 정도로 강해졌다.

진로와 대농은 사실상 부도가 난 상태이고 최근 가장 공격적인 점포확장을 벌였던 N사도 한보사태이후 제2금융권의 여신회수에 따라 부도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 간판기업들도 봄철세일에서 20%정도 매출이 감소하는 등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소형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판매부진에 따른 경영난 심화로 부도 혹은 인수합병설이 나도는 지방업체는 B백화점 T쇼핑 등 경기 부산 전남북 대전 등지의 4∼5개 업체에 이른다.

유통전반의 상황악화는 수치로도 알 수 있다. 도소매업의 매출경상이익률은 95년 0.67%에서 지난해 0.56%로 떨어진 반면 차입금의존도는 35.9%에서 36.4%로 올라갔다. 수익은 줄고 빚은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업체들끼리의 경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자금이 아쉬운 뉴코아가 업계 최초의 5월세일로 백화점 연중세일 움직임을 이끌고 있고 신세계의 E마트와 킴스클럽이 최저가격제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최근 들어 제2금융권에서는 유통업체 발행어음 할인을 기피하고 있을 정도여서 다음이 어느 업체냐는 시간문제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현재의 양상은 곧 벌어질 대규모 전면전에 비하면 국지전에 불과하다. 유통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올들어 삼성물산 LG 대우 등 15개가 신규진출을 선언하는 등 30대 그룹 가운데 21개가 참여한 상태다. 2000년에는 전국에 백화점이 200개, 할인점이 190개나 들어서 현재의 2∼3배 수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까르푸 마크로 등 지각변동의 도화선이 된 외국할인점은 2000년까지 30여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신규진출업체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산업의 무게중심이 제조업에서 유통업으로 넘어가는 단계여서 시작은 했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막대한 초기투자비용과 생존을 위한 다점포전략으로 자리잡는데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삼성물산 조차 언제가 손익분기점인지 전망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기존의 국내업체는 물론 덩치 큰 다국적 업체와의 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개방과 구조조정, 불황의 접점에서 가장 먼저 빅뱅이 시작되는 업종이 유통』이라며 『점차 유통이 제조업을 장악해나가는 상황이다보니 재계의 판도변화 등 경제 전반으로 그 파장은 번져갈 것』이라고 밝혔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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