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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실질심사제/허용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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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실질심사제/허용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전문가 진단)

입력
1997.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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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근 판사 기고에 대한 반론/몇분 심문으로 도주우려여부 판단 곤란/혐의자 일시구속 수사기관 일임 합리적5월15일자 이 난에 게재된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법원에서는 영장실질심사제라 표현)와 관련한 서울지법 동부지원 윤남근 판사의 주장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한마디 하고자 한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의 근본취지는 범죄자를 처벌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특정 판사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합리적 기준에 따라 구속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법원은 뺑소니 사범 등 동일한 범죄혐의자 중에서도 일부는 영장을 발부하고 일부는 기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도주우려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동일사안에 대해 영장발부 여부 결정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판사가 피의자를 불과 몇 분간 심문한 후 도주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은 판사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영장단계에서는 비록 도주우려가 없다고 하더라도 판결선고때에도 도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도망갈 염려가 있다고 규범적으로 판단,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어느 판사의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를 선진국의 인권보장제도라고 고집하면서 판사의 불합리한 결정에 따른 인권침해 방지제도인 양형기준제도 등은 왜 도입하지 않는가. 재판과정의 인권보장은 불필요하다는 것인가. 또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 시행이전에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대부분 발부해 주었기때문에 범죄혐의자가 사실상 인민재판을 받았으며 우리나라는 법문화 미개국이라는 윤판사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후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따라 구속했는데 어찌 인민재판이란 말인가. 과거 피의자 구속이 인민재판이라면 그것은 수사기관은 물론 영장발부판사들에 대한 모독이며 그런 주장을 하는 판사 스스로도 인민재판을 했다고 자인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는 지금도 구속피의자에 대해 인민재판하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세계 어느 곳에도 법원이 무더기로 영장을 기각해 수사에 간섭하고 장애를 초래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도 거의 100%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판사가 100% 가까이 영장을 발부하는 선진국들은 법문화 미개국이고 판사가 합리적 기준없이 영장을 기각하는 우리나라는 법문화 선진국이란 말인가.

초기의 범죄진압은 수사기관이 가장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따라서 범죄를 저지른 상당한 혐의가 있는 사람의 구속은 단기간동안 수사기관에 맡겨 두는 것이 합리적이며 그 기간의 구속은 사회질서 유지상 당연한 것이다.

또 범죄혐의자를 구속수사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다분히 수사정책적 사항으로 그 결정권은 수사기관의 고유권한이다. 법원은 재판기관으로서 영장심사를 통해 불법구속 여부를 살피고 보석제도 등을 통해 사후에 구속의 상당성 여부를 심사하면 된다. 이것이 미국·독일 등 선진국의 법정신이다. 그러한 정신에 따라 영장업무를 처리하기때문에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100% 가까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안에 대해 법원이 납득할만한 사유없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그 어떠한 이론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불구속재판이라는 미명하에 도주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했다가 법정에 꼬박꼬박 출석한 피고인을 1심 판결선고때 법정구속하는 것은 대체 무슨 논리로 정당화할 것인가. 영장청구단계에 없던 도주우려가 새로 생겼다는 말인가. 아니면 2심, 3심재판에서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법원은 합리적 기준없이 구속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인민재판 또는 법문화 미개국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애써 변명하고 있다. 법원 스스로의 기능과 수사기관의 업무영역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이성적 자세를 가져야한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를 빙자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이 인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인것처럼 강변하기보다 합리적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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