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쪽 연구서적 잇따라 출간중국사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일본학계의 연구서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서양의 18∼19세기와 비교해 정체론을 극복하고 중국사를 재해석하는 방향의 중국 및 유럽쪽 연구서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계의 천착이 일천해』(숙명여대 사학과 임중혁 교수) 우리 필자가 쓴 중국사는 아직 드물다.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까치에서 나온 레이 황(황인우)의 「거시 중국사」(홍광훈·홍순도 옮김, 1만2,000원). 갑골문으로 유명한 은나라에서부터 진·송·원·명·청나라를 거쳐 현대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까지 양쯔(양자)강처럼 굽이치는 중국역사를 총체적 시각에서 통찰하고 있다.
『왜 중국은 유럽과 일본에 비해 근대화가 지체됐는가』하는 것이 이 책의 화두다. 레이 황은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한 이후 지금까지 150여년간의 중국역사를 『느슨하게 구성된 거대한 농업국가가 타의에 의해 수량관리가 가능한 국가, 제도와 조직이 전통과 인습이 아니라 수량으로 계산돼 관리·운영되는 국가로 변해가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특히 80년대초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개혁개방은 이같은 추세를 강력히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현대사를 3단계로 나누고 그 틀 안에서 89년6월의 천안문사태를 분석한다. 장제스(장개석)와 국민당은 항일전쟁으로 중국에 새로운 상층구조를 형성했다. 이어 마오쩌둥(모택동)과 공산당은 토지개혁으로 새로운 하부구조를 만들었다. 그 이후 단계는 후계자가 누구든간에, 이 상층구조와 하부구조를 연결시킬 제도를 확립해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경제개혁이 바로 세번째 단계라는 얘기다. 저자는 천안문사태의 주된 책임이 현 정권과 당 간부들에게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화인민공화국에 근대적으로 성숙한 민주국가 특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성급하게 요구」한 데서 비극이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레이 황은 1918년 후난(호남)성 출생으로 국민당 군에 속해 항일전쟁에 참가했으며 미시간대에 유학하면서 중국사연구를 시작했다. 뉴욕주립대 교수, 컬럼비아대 객원교수 등을 지냈고 미국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은 93년 10월 대만에서 나온 중국어판을 저본으로 영문초판(88년 뉴욕)을 참조해 번역했다. 관련 지도와 도표, 그림이 있고 서술이 평이해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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