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허용 공론화 현대 염두둔듯/한은특융 등 파격조건 시비 소지한보철강사태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등 관련자의 사법처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한보철강의 경제적 뒷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갔다.
한보철강의 채권은행단이 작성, 논의한 「한보철강 제3자 인수추진계획」보고서는 이런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채권은행단의 보고서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한보철강에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에 대한 한국은행 특융지원과 ▲인수기업에 대한 산업합리화지정 및 고로사업 허용 ▲파격적인 경영권 보장조치 등이다.
한은특융이란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준 뒤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관련 은행에 대해 한은에서 상업어음 재할인금리보다 훨씬 낮은 3%의 저리 자금을 특별 지원하는 것. 한은특융은 72년 8·3사채동결조치 때와 85년 해외건설업체, 해운업체 합리화조치때 등 두차례 있었으며 92년 5월 투신사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특융이 동원됐었다. 채권은행단은 한보철강에 대한 지원자금으로 이같은 「특단의 조치」인 한은특융을 동원해 주도록 정부건의를 검토한 것이다.
채권은행단의 계획으로는 앞으로 추가 시설투자자금 4천7백83억원, 미지급 결제자금 4천9백50억원 등 모두 9천7백33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또한 한보철강 긴급운영자금 미지원액 2백47억원을 조기 지원하는 등 모두 1조원가량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한보 지원자금에 대한 한은특융은 결국 특혜시비를 초래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향후 태도가 주목된다.
인수업체에 대한 혜택부분도 두드러진다.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허용」하고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해야 한다고 공론화한 것.
이는 전적으로 고로사업 진출을 추진중인 현대그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현대는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인수하게 되면 코렉스설비를 뜯어내더라도 인근 바다를 메운 뒤 기존 공장부지와 추가 매립지에 반드시 고로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겉으로는 「공개경쟁입찰」을 주장하더라도 결국 내심은 한보철강 인수업체로 현대를 지목해놓고 인수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매각방식과 인수회사에 대한 경영권확보방안은 파격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채권은행단이 말하는 매각이란 한보철강만 매각하는 것이고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고 있는 5백70만주(28.79%)를 인수계약 체결일 기준 과거 3개월간의 종가평균가격으로 매각대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채권은행단은 대신 인수계약 체결과 함께 금융기관 담보주식을 모두 인수회사에 양도하고 담보에 제공되지 않은 구 사주의 주식은 무상으로 소각하며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인수회사에 전량 배정할 계획이다. 한보철강의 총 발행주식 1천9백80여만주중 담보로 잡혀 있지 않은 정태수씨와 그 가족의 주식 3백25만여주를 소각해 새로 주인이 되는 기업에 경영권 불안소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 2천4백54억원어치중 담보취득분 5백40억원어치는 정리채권으로 처리하고 담보로 잡혀 있지 않은 채권은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하기로 했다.
채권은행단은 한보철강 공매시기를 7월8일로 앞당긴 상태. 비록 정부에 공식건의하지는 않았지만 채권단은 특혜를 감수하고서라도 「현대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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