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감금상태를 초월해 20만번의 깜박거림으로 쓴 책한 권의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이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경위와 사연이 더 관심을 모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복과 나비」(양영란 옮김, 동문선간)가 바로 그런 책이다. 지은이는 「엘르」지 전 편집장. 95년 12월8일 하오 갑작스럽게 쓰러진 그는 3주 후 의식을 회복하지만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기관은 왼쪽 눈꺼풀뿐이었다. 뇌와 다른 신체조직을 연결하는 뇌간이 손상돼 환자가 「의식의 감금상태」에 잠긴다는 뜻에서 명명된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 in Syndrome)이라는 병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대필자 클로드 망디빌과 함께 책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망디빌이 필요한 단어를 만들기 위해 많이 쓰이는 순서에 따라 적어놓은 알파벳을 하나씩 가리키고, 그의 생각과 맞을 때는 왼쪽 눈꺼풀을 한 번, 틀릴 때는 두번 깜박이는 식으로. 하루에 반쪽 분량, 1년3개월 동안 20여만번의 눈꺼풀 깜박거림으로 지난 3월9일 책은 완성됐고 그는 사흘 뒤 「잠수복을 벗어던진 나비처럼」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8편의 글에는 그가 살아오면서 겪은 자그마한 일들, 병상에서의 생각 등이 죽음을 앞둔 사람의 것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평정한 시선으로 기록돼 있다. 책은 출간 열흘만에 프랑스에서 17만부가 팔렸고 20여개 국에서 번역됐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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