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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에이즈」 관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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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에이즈」 관리(사설)

입력
1997.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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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에이즈환자가 사회보복극을 펼쳤다는 사실은 전국민을 에이즈 공포속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이 청년이 92∼93년에도 보복헌혈 행각을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에이즈환자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통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보건당국의 에이즈환자 관리가 얼마나 엉성하고 형식적인가를 사실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5년전에도 보복헌혈을 한 환자의 관리가 이러하다면 나머지 환자의 관리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 환자는 지난 5년동안 성접촉을 계속하고 30차례 헌혈을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할 결과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최근들어 우리나라도 해외보다 국내에서의 성접촉 등으로 인한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복심리에 젖은 환자까지 방치한 것은 환자의 관리를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에이즈가 다음 세기엔 아시아에서 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만 27만8,000명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2000년엔 5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국내감염자가 현재 645명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WHO는 2,000명으로 발표한바 있다. 잠복환자까지 합치면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다. 금년들어서만도 3월말 현재 22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견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느슨한 환자 관리체제로는 이와 맞설 수 없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8일 「10년안에 에이즈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국가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선진국은 자칫 망국병이 될 수도 있는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12월1일 에이즈 날에만 갖는 반짝 관심이 고작이다.

지금부터라도 환자 관리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몇개월에 한번 정도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도록 하는 체제로는 환자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환자를 기다리는 관리체제보다는 찾아 나서는 관리체제를 확립, 사회 보복심리를 갖기 쉬운 환자가 항상 보건당국의 관심권안에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함께 국민들의 에이즈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에이즈가 생활속으로 파고 들고 있는데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국민들을 계몽하고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감싸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번에 보복행위를 한 청년도 정부나 국민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이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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