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잇단 청약미달·가격하락세 ‘대폭락’ 우려/낙관론물가·건축비 등 인상,가격 오를여지 많아『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과연 이대로 꺼질 것인가, 아니면 경기침체라는 「구름에 가린 달」인가』
최근 서울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2차 동시분양 1순위 배수외 청약접수결과,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한 17개 아파트 28개 주택형 1,073가구가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같은 미달사태는 5월초 실시된 무주택자 우선대상 주택청약 접수에서도 2,095가구가 미달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놓고 앞으로 부동산 시장경기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의 향배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있다.
최근 한보 삼미 등 잇따른 대기업들의 부도사태 이후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열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초까지 오름세를 보였던 아파트를 비롯, 토지 상가 오피스텔 등의 가격 ·임대료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올해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경기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와 서울 강남·양천구일대 아파트 가격은 약보합 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부에서는 이같이 부동산 투자열기가 급속하게 식을 경우 일본과 같이 부동산 가격이 대폭락할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초 값이 상승했던 이들 지역에서도 장소와 평형수에 따라서는 최소 1,000만∼1,500만원, 최대 4,000만∼5,000만원 떨어진 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케이 앤 케이의 오정원 기획위원은 『올해초 경기하강국면에서도 아파트가격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최근의 급격한 가격하락은 거품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또 한차례의 조정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실채권정리기구 출범으로 금융기관들의 담보 부동산 매각 움직임이 본격화돼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90년대 일본 부동산 값 폭락사태와 유사한 「자산 디플레이션」(부동산 등 자산값이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위기론」과는 대조적으로 일부에서는 투자전망이 좋고 개발여지가 뛰어난 지역의 부동산은 아직도 각광을 받고 있어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기대치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경기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일시적인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올들어 민간 주택 공급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된데다 ▲물가인상 ▲분양가 자율화조치 ▲토지이용규제 완화 ▲표준건축비 인상 등으로 부동산값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경제적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대선을 앞두고는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 부동산 투자열기는 현재 「구름에 가린 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실시된 서울 2차분양의 주택청약결과가 미달사태를 빚은 것은 시기적으로 매물자체가 투자매력을 잃었기 때문일 뿐이지 이를 부동산 거품이 갑작스럽게 걷히는 신호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또 금융기관들이 한꺼번에 내놓은 담보 매물들은 덩치가 워낙 커 특수한 거래에만 영향을 미칠뿐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경기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동산뱅크의 최종훈 부동산정보팀장은 『최근 부동산 투자환경의 외적인 변화는 그동안 지속됐던 장기침체의 반등심리로 일부지역의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등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거품열기는 이미 장기간의 침체기를 통해 한 차례 걸러졌기 때문에 일본과 같이 갑작스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최근 주택수급의 균형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과열현상 역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당분간 조정국면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장학만 기자>장학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