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9일)는 성년의 날이었다. 성년식이라면 영화 「뿌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거의 모든 문화에서는 성인기에 진입하는 성년식이 있었고, 원시문화에서는 잔혹하리만치 엄격한 의식을 거치도록 했다고 한다. 12세가 되자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 대중앞에서 성경귀절을 읽고 강론한 예수도 고대 유태사회의 성년식을 치르는 예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거의 모든 문화에서는 특히 남아에게는 매우 거창하고 힘든 성년식을 치르게 했으니, 성인으로서의 자존감과 권리와 의무감을 공적으로 확인시켜주려는 목적이었다.우리문화에서는 조선시대의 관례와 계례라는 성년식이 있었다. 「사례편람」에는 조선시대의 남녀는 15∼20세에 남아에겐 관례를, 여아에겐 계례를 치러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으로서의 권리와 책임감을 행사하게 했는데 양반층에 한정되었고 부모의 3년상과 관계되면 연기되기도 했다.
그 당시의 관례는 길일에 주관자를 정해 삼가례, 즉 모자를 3번 바꿔쓰게하고 겉옷을 바꿔입히고 소찬을 베풀어 잔치하고 조상의 사당에 성인이 되었음을 고하는 의식이었다. 또한 빈한한 가정을 고려하여 복잡한 관례절차를 간소화시켜 갓이나 도포, 두루마기 등을 빌려서 간소한 형식만 거치도록 권장했다. 남녀를 동등하게 여겨 여아도 마을에서 모범적 부인의 주례자로 하여 비녀를 꽂아 성인이 되었음을 조상의 사당에게 고하고 동네사람들에게도 공식발표하는 제례식을 거행하였다. 이런 성차별 없는 성인식은 혼인과는 무관하게 치러져서 관례나 계례를 치른 남녀는 머리모양이나 옷차림부터 성인이 돼 가정과 문중행사 등 사적·공적인 일에 성인의 권리와 책임을 부여받아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 필자의 조사연구에서는 관례를 치른 남성은 많았으나 1,800여명 안노인중 계례치른 분은 만나지 못했다.
이러한 성년식은 그동안 국가적 혼란기를 거치며 풍속이 불안정하게 되면서 흐지부지 되었으나 사회적 안정과 풍속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그 중요성도 재인식 되어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인이 되었음을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의식은 작게는 자신의 역량에 대한 지각을 높여주는 자존감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공적인 권리와 책임감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서른살을 내다보는 나이에도 아빠 엄마라는 유아어를 사용하고 지하철같은 공적 장소도 자기방 같은 사적 공간으로 혼동하는 언어행동과도 수시로 마주친다. 이는 대다수의 문명사회가 원시사회나 전통사회와 같은 복잡하고 엄격한 성년식을 거치게하지 않는 탓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덩치 큰 징그러운 아동」이 가득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는 단순히 순진하고 가식없는 사회풍속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가정과 사회를 징그러운 덩치 큰 아이들이 무책임한 안하무인식의 질서없는 놀이터로 만들어 온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도 하게한다.
어떤 식으로든 성인이 되었다고 공인할 만한 자의식을 갖게하는 교육이 가정에서든 학교나 사회에서든 필요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남자의 경우는 그래도 군입대로 놀랍게 성숙하기도 한다. 군대가 가정적·사회적으로 상당한 평가를 받고있는 것도 군대에 갔다오면 철들고 어른이 되더라는 체험고백과 주변의 긍정적 평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하고 대학생자녀를 둔 성인의 부모가 되어서조차도 친정부모님의 호칭은 으레 아빠 엄마라는 유아어를 아무렇지 않게 고집할 뿐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거나 자랑삼기도 하고 그런 호칭사용자에 걸맞게 처신하는 「아기공주병」을 친정이나 시댁에서 공공연히 묵인하기도 한다.
현행법규에서 성인으로 인정하는 연령기준이 죄다 다르다. 병역의무수행과 관계된 성인은 납세에서 인정하는 부양가족연령이나 의료보험관련, 그리고 운전면허나 선거권행사 등과 관련된 성인연령기준과 서로 다른 것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규범을 소홀히 해온 정치였고 그래서 모든 비난은 정치에 돌려져오고 있다. 해마다 성균관에서 전통관례식이 거행돼 우리시대와의 적합성여부를 생각해보게 하는데 고교졸업을 기준시점으로 하여 가정, 학교, 사회에서 성인기 진입자에게 성인됨에 자존감과 긍지는 물론 사회적 권리와 책임감도 확인시켜주는 분명하고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선행되었으면 한다.<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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