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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말 시민운동의 ‘안가’/대학로 ‘안집’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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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말 시민운동의 ‘안가’/대학로 ‘안집’을 아십니까

입력
1997.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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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의 메카」인 연지동 혜화동 등 대학로 주변에는 시민운동의 「작은 성지」가 있다. 종로구 기독교회관 건너편 골목길로 들어가 일방통행로에 접어들면 왼쪽 한켠을 자세히 살펴야 눈에 띄는 한식집 「안집」이 그 곳이다.87년 민주화열기가 비등점에 올라섰던 6·10민주항쟁 당시 항쟁지도부의 「비밀지휘본부」였다. 항쟁을 지도했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는 기독교회관 3층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지도부는 안집에서 비밀회의를 열고 국민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시위를 계획했다. 국민운동본부의 대변인 인명진 목사, 집행위원장 오충일 목사, 민통련 대변인 박계동(전 민주당의원)씨 등은 보름여동안 상근하다시피 했고 연락하는 사람들이 비밀리에 드나들며 급박한 상황을 추스렸다.

13년째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 김영근(50)씨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주위를 살피는 눈치와 조용조용한 말투로 당시 이 사람들이 시위주동자들임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며 『평범한 음식점이어서인지 경찰의 눈에 띄지 않아 적당한 장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기에 혹시나 들통이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었다』며 『그 때의 속삭임들이 지금의 사회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역사 탓인지 이곳은 시민운동가들이 자주 찾는 「사랑방」이 됐다. 근처에 있는 경실련 상근회원들은 1주일에 3∼4번은 꼭 찾는다. 45평 가량에 주방과 4개의 넓지 않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곳에서 각종 행사의 뒷풀이, 실무회의, 조찬모임을 갖기도 하고 외부손님도 대접한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발길도 예전같지 않다. 『이 사람들이 요즘 술마실 형편이 못되는 것은 뻔한 이치』라고 말하는 김씨는 『시민운동도 세월을 타는지 옛날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 했다.<김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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