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제2고향 만들겁니다”/탈북자 절반 생활고 사회적응·자립 돕는게 통일의 밑거름 확신/11만여평 부지에 내년까지 100명 수용/교회헌금 등 모금 순조전북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적막한 산골이 탈북자들의 「제2의 고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재단법인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이성희·49·연동교회 목사)은 이곳에 부지 11만여평을 확보, 9월 완공목표로 탈북자정착촌 「고향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한민족복지재단은 2월 북한주민과 탈북자들을 돕기위해 목사 교수 변호사 등이 중심이 돼 출범한 순수 민간단체이다. 안선국씨 일가 등 두 가족 14명의 집단귀순 후 대량탈북사태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이 이사장을 만나 탈북자 정착촌 조성의 목적과 운영방향 등을 들어보았다.
□대담:최진환 여론독자부 기자
―정착촌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계기는 무엇입니까.
『현재 남쪽에서 살고있는 탈북자는 모두 750명쯤 됩니다. 이중 절반이상이 정착금 1,400만원을 탕진하고 막노동판에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또 공사장에서도 일어와 외래어를 몰라 따돌림을 당하거나 쫓겨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죽했으면 북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북한 동포돕기를 해오던 중 눈앞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부터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기독교신자인 독지가 10여명이 땅을 사서 기부하면서 이 사업을 구체화했습니다』
―진척상황은 어느 정도이며 언제쯤 입주합니까.
『대상지역 11만4,200평은 모두 임야로 현재 기본설계를 끝내고 정지작업과 진입도로건설에 나서고 있습니다. 1단계로 25명을 수용할 수 있는 6채의 가옥을 지어 올 추석전에는 입주시킬 예정입니다. 또 내년에는 100명을 수용하고 이후에도 점차 시설을 확충해갈 것입니다. 「고향마을」 건립추진이 알려지자 탈북자 10여명이 자신들이 집을 직접 짓겠다며 현지로 내려가 천막을 치고 건립작업에 합류했으며 일부는 복지재단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원과 내무부, 지방자치단체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완공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운영방향과 구체적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탈북자들의 가장 간절한 소망은 한평이라도 자기 땅을 갖고 당당하게 자립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정신적·문화적 충격을 떨치기 위한 사회적응훈련을 시키고 최신식 영농기술을 익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로 교육팀을 구성해두었습니다. 입주기간은 1년으로 잡고 있으며 이 기간동안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의 소비조합과 연계해 판매함으로써 자립기금을 마련토록 할 것입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엔 이 마을에 정착하거나 원하는 장소에 이주하게 할 겁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통일이후 이들을 북한의 집단농장으로 파견, 영농지도자로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어떤 건물과 시설이 들어서게 됩니까.
『산중턱 해발 500∼600m의 임야에 조성될 이 마을에는 주거시설로 독신자들이 기거할 기숙사(3인기준 12평)와 가정용 주택(4인기준 15평)이 있습니다. 한 채에 평균 2,500만원을 투입한 현대식 건물입니다. 또 양어장과 과수원, 간단한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과 보관창고를 비롯해 몇가지 문화·복지시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전문의료진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입주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농민들까지 보살피게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누가 가보더라도 따뜻한 고향이라는 느낌이 드는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신분노출로 인한 위험은 없겠습니까.
『지난 2월의 이한영씨 피살사건으로 귀순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사건 외에는 지금까지 이렇다할 위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여러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북한도 남쪽의 탈북자정책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담당경찰서나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지역주민과의 융화문제는 어떻습니까.
『산간벽지에 속하는 장수군은 인구가 계속 줄어 일손이 귀한 지역입니다. 어울려 살다보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므로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현지에 내려가 사람들을 만나보니 탈북자들을 따뜻한 동포애로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복지재단이 2월에 이곳에 세운 장애인마을 「벧엘농원」도 별탈없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 주민들과의 화합문제는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복지·문화혜택을 같이 누릴 수 있으므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는 어느정도이며 자금조달 계획은.
『건립비용은 땅값을 빼고 약 2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까지 50여개 교회의 후원금과 독지가들의 기부금으로 10억원정도를 모았으나 앞으로 10억여원이 더 필요합니다. 우선 6월17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국내외 음악가를 초청, 탈북자돕기기금마련 음악회를 개최하는데 이를 계기로 전국민모금운동을 펼치겠습니다. 또 6월25일 직전의 일요일인 22일에는 전국교회를 대상으로 특별헌금을 받을 계획입니다』
―탈북자촌건설 이외에 한민족복지재단이 벌이는 활동은 무엇입니까.
『우리 재단은 95년 창립한 「한민족의료선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교회는 북한지역 병원설립과 의약품보내기 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지금 선교회는 후원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복지재단은 전면에 나서 그 사업을 진행시키는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북미기독의료인 선교회의 도움으로 개원한 평양 제3병원에 의료시설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고, 자유무역지역인 나진·선봉에 병원을 건립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나진·선봉지역 병원의 경우 국내 모교회가 단독으로 건립자금 200만달러를 모아놓고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병원지원과 함께 영양실조에서 비롯된 각종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의약품보내기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커피 한잔값도 안되는 1,500원이면 그들이 애타게 찾고있는 구충약 6개월분, 비타민 100정, 피부연고 10g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북한동포 돕기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습니까.
『광복전에 선친이 평양에서 학교를 나와 목회활동을 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내적인 성장을 위해 힘써왔는데 이제는 교회자체를 살찌우는 일보다는 사회로 나가 인도적·민족적 차원의 일을 찾아야할 때라고 보기 때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굶주리는 북한동포와 방황하는 탈북자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내는 것은 교회의 의무이고 결국 통일에 이르는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저의 사업에 뜻을 같이 하시는 분은 언제든 재단(02―591―9814)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약력
▲48년 대구 출생 ▲75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84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학 박사 ▲91년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신학박사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협동교수 ▲서울 장로회신학대 교수 ▲연동교회 담임목사 ▲사회복지법인 연동복지원 이사장 ▲「사랑의 의료품 나누기운동」 대표 ▲저서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미래사회 미래교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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