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씨 이성호씨와 대질후 청탁 자백/돈준 기업인 6명 사법처리는 어려울듯심재륜 중수부장은 18일 김현철씨의 비자금 수사는 『입구에서 출구까지 샅샅이 조사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주문, 현철씨 구속이 수사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하오 3시50분께 기자들과 만난 심중수부장은 『과분한 표현으로 중수부를 칭찬해준 언론에 감사한다』며 말문을 연뒤 『그러나 한편에서 「수사가 끝나가고 있다」고 미리 규정해 「수사가 미진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심중수부장은 특히 『현철씨는 비자금에 대해 여전히 함구』라며 『물증을 제시해야 입을 여는 사람들 아니냐』고 말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이 현철씨에게 돈을 건넨 기업인 6명의 처리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는 돈을 주고 받은 사람 모두가 처벌대상이나 현철씨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의 경우 돈을 건넨 사람은 처벌할 법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심중수부장도 『현재로서는 입법미비로 보인다』고 밝혀 기업인의 사법처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소환 48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이날 새벽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과의 대질신문에서 돈 받은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돈 받은 시점이 김전운영차장이 정보업무와 상관이 없던 93년 안기부기획조정실장 때라서 법률적용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대질신문에서 구체적인 청탁내용을 포착할 수 있었다.
한편 김 전운영차장은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재산을 모두 내놓겠다』고 공언, 과연 약속이 지켜질 지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훈규 중수3과장은 이날 5시께 심중수부장에게 김기섭씨 영장청구와 관련한 보고를 마치고 나오다 모처럼 기자들과 10분여간 담소를 나누는 등 수사시작 이후 처음으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과장은 『현철씨의 조세포탈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이른바 「떡값」을 정당화하고 있는 우리 공직풍토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며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았다면 치밀하게 돈세탁한 것을 부정한 행동으로 인정할 정식 근거가 없어 조세포탈로 처벌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철씨는 검찰에 소환되기전 변호사 선임에 나섰으나 일부에서 거절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시는 당초 고검장을 지낸 김모변호사에게 사안을 의뢰했으나 김변호사는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고사, 또다른 거물급인 대법관 출신의 김석수 변호사에게 승락을 받았다는 후문이다.<현상엽·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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