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엔화가 강세를 지속하자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우리 경제가 반색하는 분위기이다. 엔화강세는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과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는 우리 주력제품의 수출에 일단 희소식임은 분명하다.무엇보다 극심한 경제불황과 한보사태, 김현철사건 등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사회분위기에서 뜻하지 않은 엔화의 강세가 경기회복의 한가닥 서광이나마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지속된 엔화의 강세가 일시적으로 우리 경제에 단비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지난해 이후 계속된 우리 경제의 극심한 가뭄을 결코 해갈시킬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엔화의 강세에 편승해 고비용 저효율구조와 기술낙후라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과제들을 잊어버린다면 작금의 엔화강세가 가져올 수 있는 눈앞의 이익들은 장기적으론 오히려 우리 경제에 크나큰 해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엔화강세는 원천적으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외생변수다. 호황을 보이던 미국경제가 다시 주춤거릴 기미를 보이고 반면에 그동안 침체해 있던 일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일본이 대미통상관계를 고려해 엔화강세로 무역흑자를 줄여 보자는 양국의 정책선택과정에서 파생됐을 뿐이다.
때문에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현재 달러당 116엔선인 엔화의 대미환율이 110∼115엔선에서 조정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엔화강세가 과거와 같은 달러당 100엔 이하의 엔고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본기업들은 이미 80년대 후반의 엔고시절 달러당 90엔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엔강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한계를 내다볼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 80년대 후반과 95년 초엔고에 편승해 급속한 경기활황을 맞았다가 엔고가 사라지자 불황의 늪으로 다시 빠져들곤 했다. 이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과소비 고임금 고지가 등 거품을 양산했다. 그때마다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의 중요성을 외쳤으나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다.
엔화강세는 우리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의 향상 등 경쟁력강화와 산업구조의 조정없이는 우리 경제에 한갓 신기루에 불과했음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경제의 고비용 비효율구조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의 경쟁력제고보다는 일시적으로 왔다 가는 엔화의 부침에 희희비비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강세가 떨구는 일시적인 이득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불황과 대규모 부도사태, 대량실업 등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고통속에 체감하고 있는 산업구조조정과 고비용―저효율타파라는 우리 경제의 절대적 명제를 일실한다면 엔강세는 우리 경제에 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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