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묵인은 미에 굴종”미국과 이스라엘간의 스파이 논쟁을 야기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주미 이스라엘대사관 전화도청에 대해 엘리야후 벤 엘리사(65) 주미 이스라엘대사가 벤야민 네탄야후 총리에게 강경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네탄야후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전화도청을 통해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미국의 이같은 비우호적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굴종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재국인 미국에 대한 본국 정부의 강경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그는 현 이스라엘정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경파.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의 피해자가 된 부모와 헤어져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단신 탈출, 50년대 이후 10년 이상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공작원으로 활동했다. 대부분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마찬가지로 그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나치와 같은 타도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주미대사 발령 이후 수차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과 마주쳤지만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
이번 스파이 사건은 FBI가 도청을 통해 일명 「메가」라는 이스라엘 스파이가 미국 행정부 고위관리로 암약하고 있다며 최근 수사사실을 밝힘으로써 비롯됐다. 이스라엘은 「메가」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이스라엘 담당 데스크를 가리키는 이스라엘측의 별칭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후 이 문제는 최근 스파이의 존재여부보다는 미국측 전화도청 자체의 적절성을 따지는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스파이 생활을 한 그가 스파이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아이로니컬하기는 하지만 최근 중동평화협상 등을 놓고 삐걱거리는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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