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파동 재연조짐… 연내 입법도 차질 빚을듯『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이 그리도 못마땅합니까』 『안을 만들더라도 법리에 맞고 모순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 금융정책의 총본산인 재경원 금융정책실이 18일 금융개혁위원회가 전날 확정한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독자안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이다.
재경원은 금개위안이 발표되자 윤증현 실장 주재로 주요 과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야회의를 갖고 독자안 추진을 결심했다. 철야회의는 처음엔 『금정실을 고사시키려는 것이냐』는 비장한 분위기였으나 금개위안의 허점 등을 확인한뒤 『한국은행도 곤혹스러워하겠다』로 반전됐으며, 이날 하오엔 입법준비를 위한 실무팀까지 구성했다.
재경원이 검토하고 있는 독자안은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되 한은에는 일체의 감독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안은 95년 제2차 한은법 파동당시 정부안에서 통합감독기구를 재경원산하에서 총리실산하로 이관하는 것에 다름아니어서 제3차 한은법파동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6월 임시국회는 물론 연내 입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재경원이 금개위안중 가장 문제삼는 부분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위상이다. 금개위안은 금통위를 한은의 「내부최고의사결정기구」로 하고, 이에따라 무자본 특수법인인 한은에 정부고유권한인 통화신용정책 수립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경원은 이에대해 금통위가 한은의 내부기구가 되면 정부기구가 법인 산하가 되는 격이며, 법인인 한은에 정부고유권한을 주는 것도 법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통위를 한은 내부기구로 하면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임하도록 한다」는 부분과 논리적으로 맞지않으며, 기존 한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재경원의 설명이다. 재경원은 특히 금통위에 정부인사가 당연직으로 참여하지 못할 경우 금통위에 정부권한을 위임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원은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기관의 감독을 책임지는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과 관련, 『선택의 문제』라며 수용거부방침을 시사했다. 재경원 당국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논의하게 된 것은 금융감독을 일원화하자는데서 출발했다』며 『금감위는 모든 금융감독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한은의 감독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둘 경우 정부조직법 등 40여개의 관련 법률을 제·개정해야 한다』며 『이에따라 재경원 산하에 두는 게 입법상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정실에 대한 여론을 감안, 금개위안을 수용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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