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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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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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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선량하다고 해서 아들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마하트마 간디가 망나니 아들을 둔 아버지의 고뇌를 토로한 말이다. 성자로까지 추앙받던 그는 장남 하리랄이 말썽을 피우자 이 아들이 자신의 정욕의 결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다고 자책했다. ◆하리랄은 한때 아버지의 저항운동을 돕기도 했으나 아내가 죽은 후 자포자기에 빠졌다. 간디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버지의 이름을 내세워 돈을 모으기까지 했다. 이마저 불가능해지자 친구의 돈을 훔치는 것도 부족해 매일 주색을 일삼았다. ◆간디의 말을 우리 현실에 적용하면 「아버지인 대통령이 한푼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아들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로 바꿀 수 있다. 드디어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간 아들 김현철씨를 바라보는 김영삼 대통령의 고통스러운 마음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김대통령은 취임직후부터 「돈은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해외교포들 앞에서도 이를 다짐했다. 이를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긴 대통령과는 달리 아들은 돈을 받고 아버지가 결단을 내린 금융실명제를 피해 비자금을 세탁까지 한 것이 드러났다. ◆저명인사의 아들들은 대개 중압감에 빠져 자포자기 하거나 「수욕정이 풍부지」란 말처럼 평범하게 살려 해도 흑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 현철씨도 이용당한 면이 없지 않지만 특별한 경우 같다.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사실이 자랑스럽긴 해도 자칫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몰랐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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