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사법처리에 반발” 보고에 말없이 듣기만/홍조옹 “지금까지 무얼했나” 손자 구속 나무라17일 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은 청와대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상오 김용태 비서실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전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으나 아들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실장은 『김대통령은 「현철씨가 측근을 통해 사법처리에 반발하는 내용을 밝혔다」는 보고를 그냥 듣기만 했다』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오찬후 퇴청, 관저에 머물며 손명순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으나 현철씨 구속과 관련된 TV중계는 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여사는 최근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무척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특히 현철씨의 할아버지 홍조옹은 손자의 구속에 대해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었느냐』고 김대통령 내외를 나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모시고 있는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된 것에 소회가 없을 수 없겠으나 말을 않겠다』고 굳게 입을 닫아버렸다. 현철씨의 구속영장이 집행된 이후 청와대 입장을 발표한 윤여준 대변인도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착잡한 심경』이라며 『현철씨가 끝까지 반발하는 것을 보면 김대통령이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남들은 「대통령이 아들 하나 못다스리냐」고 나무라지만 아버지로서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먼 훗날 한사람의 아버지가 겪은 수 많은 일들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그동안 김대통령과 현철씨 사이에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과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지난 2월25일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처음으로 현철씨 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직접 언급 내용을 공개했다. 김대통령은 16일 상오 김실장이 현철씨의 구속방침 등을 보고하자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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