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자정선언·영수회담도 함께 거론여권은 김현철씨 구속이후의 시국해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여권관계자들은 한보사태 이후의 국정운영 표류현상이 더이상 계속되면 「판 자체가 깨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국수습을 위한 묘안을 짜내기에 골몰해 왔다. 현재 확정된 시나리오는 없지만 청와대와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백화제방식의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김영삼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고위당정회의를 주재, 현철씨 구속과 92년 대선자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김대통령은 아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죄할 방침이지만 대선자금 공개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상당한 돈이 들어갔다고 고백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정치가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은 또 이번주부터 사실상 경선국면으로 본격 돌입하는 한편 정치권 자정선언을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현철씨 구속후 한보연루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가 끝나면 당이 이달말 소집되는 전국위원회에서 실천적 내용이 담긴 자정선언을 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6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개정방안에 대해 야당과 협상하는 것도 시국해법중의 하나이다.
이와함께 여야영수회담 개최와 조기 내각개편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은 그동안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영수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철씨 구속으로 한 매듭을 지었으므로 여야가 영수회담을 통해 대타협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여권은 당초 국회의원 겸직 장관을 포함한 당적보유 각료 등을 8∼9월에 교체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국면전환을 위해 개각시기를 6월로 앞당기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개각이 있을 경우 현철씨 파문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돼 온 일부 주요기관장들도 경질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경선전 김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 및 총재직 이양 방안 등도 거론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총재 궐위상태가 올 경우 여권의 구심이 붕괴됨으로써 대선후보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또 여권이 정치인 사정작업을 재개하는 등 역으로 강공책을 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 방안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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