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표명했지만 로마교황청선 별 반응없어/자동승계권 가진 교구주교 없어 유임 확실시정년을 넘긴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의 거취가 교계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등 한 종단의 어른이라는 위상 못지 않게 국가원로로서의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추기경은 명예직이기 때문에 정년이 없지만 교구장의 교회법상 정년은 만 75세. 따라서 1922년 5월8일생인 김추기경은 지난 8일로 정년을 맞았다. 추기경비서실은 그러나 교구장 임면권을 갖고 있는 로마교황청으로부터 사표수리 여부를 아직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히고 있어 김추기경이 서울대교구교구장직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추기경은 「해당 교구장은 임기만료일까지 사표를 내야 한다」는 교회법 제401조 규정에 따라 이미 사퇴의사를 교황청에 공식 표명했다. 하지만 교구장이 사표를 내도 교황청이 수리를 유보하면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천주교의 관례이다.
교구장의 임명은 교황청대사가 해당국주교회의와 교구의 의견을 수렴, 교황청에 3배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교황청은 이를 토대로 최종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현재 서울대교구장의 경우 이같은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분간 김추기경의 교구장직 유지는 확실시된다.
무엇보다 김추기경을 대신할 만한 주교가 서울대교구 내에 사실상 없다는 점도 교구장직 유지 가능성을 높여준다. 주교 중에는 교구장직 자동승계권을 가진 주교와 그렇지 못한 주교가 있는데, 서울대교구 주교 3명중 자동승계권을 가진 주교는 한 명도 없다. 자동승계권이 있는 주교는 「교구주교」로 분류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후임주교로 보임되나 보좌주교 등 「명의주교」는 복잡다단한 절차와 교황청의 단안이 없고서는 교구장에 오르기 어렵다.
신부이상이면 누구에게나 교구장 서임자격이 주어지나 서울대교구가 한국천주교회의 대표교구라는 점에서 신부가 대교구장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춘천교구장인 장익 주교의 경우 신부에서 주교로 서품된 뒤 곧바로 교구장직에 올랐다. 서울대교구가 아닌 다른 교구에서 교구장이 전보돼 올 수도 있다. 그 예가 바로 김추기경. 마산교구장이었던 그는 68년 서울대교구장으로 전격 임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편 서울대교구와는 달리 「교구주교」가 있는 수원교구는 6월 김남수 주교의 임기가 끝나면 최덕기 부교구장 주교가 교구장직을 승계한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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