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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국가기념일」을 맞으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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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국가기념일」을 맞으며(사설)

입력
1997.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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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로 5·18민주화운동 17주년을 맞는다. 나라가 온통 한보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도, 국민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지나간 역사를 반성하며 다시는 그러한 오류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특히 올해는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16일에는 광주 영령의 안식처가 될 5·18성역화 사업의 준공식까지 엄숙하게 거행되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그 빛이 한참 바래기도 했지만 현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 의해 5·18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심판까지 마친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국가와 민족은 세계적 비전을 갖고 약진해 가야 할 80년대의 서막을 「5월 광주」라는 비극으로부터 열었다. 당시 권력에 눈먼 군부의 철저한 언론검열 속에서 광주민주화 운동의 투사들은 「폭도」로 표현됐고, 그들의 고귀한 저항과 희생은 「사태」라는 용어로 얼버무려졌다.

지난 17년 동안은 군사 독재와 인권탄압에 국민적으로 저항하고 극복하면서 민주정부로 나아가는 힘겨운 도정에 다름 아니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산적인 일에 진력하기 보다는 광주의 비극으로 인한 상처치유에 국가와 민족의 역량을 소비해야만 했다. 길고도 큰 손실이었다.

지금 우리가 5·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5·18성역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것이 민주화 운동에 몸바친 광주 영령들에 대한 추모의 전부일 수는 없다. 오히려 이제부터는 광주 비극의 원인과 치유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분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광주 비극으로 인해 한동안 지역적 갈등이 더 심화했으며, 지금도 그럴 파괴적 소지는 내연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비극의 후유증이다.

그러나 그간 국내외로 많은 상황변화가 있었다.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과의 통일이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로 새롭게 대두되었고, 동구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두고 냉전시대적 세계질서 또한 예상키 힘든 모습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 모두는 우리에게 힘겨운,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도전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의 인권상황이 개선되고 정치적 자유가 신장된 것 등이 광주의 비극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가운데 그것이 민주화로의 쓰라린 과정이었고, 그 비극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자위하면서 갈등없는 21세기를 맞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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