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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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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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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에게 부도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부도는 자신의 파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빚보증을 선 친지들에게까지 고통을 강요한다. 부도는 종업원들에게 삶의 터전을 잃게 하고 거래기업의 자금수급계획을 흐트려 놓아 연쇄부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인들의 발버둥은 처절하다. 매일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 위해 연줄을 찾아 발이 부르트도록 뛰거나 전화통에 매달려 채권자나 전주에게 목이 쉬도록 하소연한다. 어느 기업인은 「피를 말린다」는 표현도 이보다 더 실감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대구의 한 중소기업인이 자금난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 「많은 사람에게 죄를 지어 죄송하다」는 그의 유서가 가슴을 울린다. 올 들어 한보에 이은 삼미그룹부도와 진로그룹사태로 매일 20∼30개의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부도율이 사상최고치인 0.2%를 웃돌아 5조원이 넘는 어음이 휴지조각이 될 판이다. 신용질서가 엉망이 되고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채무자에게서 한푼이라도 더 회수하려는 채권자들의 몸부림이 한계를 넘는 경우가 적지않다. 채무자에 대한 납치 감금 폭력 등 탈법수단이 동원된다. 이른바 「해결사」들이 설쳐대고 있으나 공권력의 손길은 멀기만 한 게 채무자들의 처지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금융기관이나 개인의 빚을 대신 받아주는 채권추심전문회사를 허용할 방침이다. 합법적인 「해결사」기업이 생기는 셈이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경찰에 감독권을 주겠다지만 폭력의 합법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돈이 죄일 뿐인 채무자들의 인권보호장치가 각별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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