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주워다가 척척/“돈주고 사는게 없어요”도대체 돈 주고 사는 법이 없다. 주부 김정희(39·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씨는 아파트 단지내에 버려져있는 「쓰레기」를 주워다가 요긴한 살림살이를 만들어낸다.
요즘 쓰는 반짇고리는 추석날 술 선물세트가 담겼던 두꺼운 상자. 고운 한지를 발라 만들었다. 편지꽂이는 딸과 아들이 학교 과제물을 하느라 쓰고 남은 골판지에 아들 권형노(13)군이 초등학교 1학년때 썼던 서예작품을 찢어서 붙였다. 무늬가 고운 작은 쿠션 2개와 큰 쿠션 1개는 커튼과 침대보를 만드는 가게에서 얻어온 자투리 천으로 만든 것. 김정희씨는 『이불집이나 커튼가게에서는 자투리 천 처리로 골치를 썩히는 곳이 많다.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거저로 주는 데가 많다』고 일러주었다. 속은 쓰지않게 된 이불솜으로 채웠다.
『오죽하면 남편이 제발 백화점 가거든 아무 생각 말고 물건을 사라고 그러겠느냐』며 웃는 김씨는 『그래도 물건을 볼때마다 얼마짜리 재료만 있으면 만드는데 싶어서 쉽게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얼마전까지는 떡 시루에 지점토 장식을 한 다탁을 썼는데 최근 나무로 된 다탁을 발견하고는 대체했다. 니스칠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나무조각의 나사가 풀린 정도여서 나사를 조인 뒤 사포질을 하고 니스를 발랐더니 감쪽같이 새것이 되었다. 김씨는 이같은 살림 솜씨를 혼자 즐기지 않는다. 다른 6형제에게 모두 지점토 다탁을 만들어 선물했다. 지점토는 유치원 학부모회에서 다른 아이 어머니가 무료강좌를 해서 배웠다.
김씨는 『아들더러 맘껏 종이를 찢으라고 하고 엄마는 그걸 붙이노라면 자녀와 정도 더 깊어진다』며 『고등학생인 딸은 엄마를 닮아서인지 지금까지 학교에서 내라는 준비물은 전부 집에서 재활용 재료를 이용해 잘도 만들어내더라』고 자랑한다.
김씨의 또 다른 전공은 레이스뜨기. 스승의 날이면 식탁에 까는 레이스를 일주일만에 떠서 빳빳이 풀을 먹여 선물하는데 『두고 두고 선생님한테 인사를 받았다』고 들려준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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