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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광고에 숨은 인종차별/홍선근 워싱턴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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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광고에 숨은 인종차별/홍선근 워싱턴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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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품광고는 화려하다. 온갖 첨단기법을 동원,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 중의 하나인 크라이슬러사의 「지프」차 광고도 예외가 아니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젊은이들이 이쪽 벼랑 꼭대기에서 저쪽 꼭대기로 프리즈비 놀이를 하는 화면을 만들어내고 그들이 그곳까지 타고 올라온 차가 지프임을 드러내는 광고는 비록 과장이 지나치긴 하지만 다른 회사의 자동차광고에 비해 손색이 없다.그러나 쉬지 않고 반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이 광고엔 백인 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교묘한 인종차별주의가 숨어 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의도가 아주 고약한 양키식 인종차별 구도이다. 문제의 장면은 젊은이들이 프리즈비 놀이를 할 때 등장한다. 프리즈비 놀이는 부메랑던지기와 비슷한 것으로 과거 코네티컷주의 한 제과점에서 점원들이 파이판을 던지며 놀던 데서 유래된 것으로 주로 플라스틱으로 된 원판을 던져 주고받는 게임이다.

크라이슬러의 광고는 이렇다. 먼저 벼랑꼭대기 사이를 나는 프리즈비를 백인 남자가 첫번째로 멋지게 받아내 백인 여자에게로 던진다. 백인여자도 돌맹이가 아래로 마구 굴러떨어질 정도로 아슬아슬한 벼랑위에서 민첩하게 이동, 잘 받아낸다. 그런데 마지막에 등장하는 젊은이는 유색인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이든 아시아계든 그는 백인여자가 프리즈비를 자기에게 패스하자 겁에 질린듯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다가 「멍청하게」 놓치고 만다. 이 광고는 유색인이 벼랑아래로 떨어뜨린 프리즈비를 찾으러 각자 지프를 몰고내려가는 장면으로 끝이난다. 유색인 젊은이를 꼼짝도 못하는 겁장이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유색인에게 그같은 역할을 맡긴 것일까. 미국사회의 밑바탕엔 인종차별이 여전히 깔려있음을 이 광고는 보여준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 광고가 별다른 항의나 제지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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