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룹홈/버려진 아이들에 가정의 사랑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룹홈/버려진 아이들에 가정의 사랑을

입력
1997.05.17 00:00
0 0

◎피학대 아동의 피난처 SOS마을·나눔의 집 등 전국에 70여곳 운영젖떼기도 전에 어머니가 가출해버린 김학영(10·초등4·가명)군은 성장한 후에도 늘 허기져하며 잠잘때면 엄마젖을 찾아 고개를 심하게 흔들어대는 증상을 보였다.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에게 맞으며 컸던 그는 어른앞에서 심하게 움츠러 들었으며 고양이, 강아지가 유일한 위안이었던 탓에 사람들과 사귀는데 자폐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가출하면서 그는 갈 곳이 없어졌다.

살레시오수도회가 운영하는 나눔의 집 청소년상담소를 통해 경기 여주군 가남면에 자리잡은 신일우리집에 올초 들어오게 된 그는 처음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맛보게 됐다. 이상순(54·여)씨가 운영하는 일신우리집은 김군과 비슷하게 친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유기된 아동 8명이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

김군은 이씨를 고모라 부르며 자폐아를 위한 특수학교에도 다니고 있다. 평범한 가정의 아이처럼 과외를 하거나 피아노를 배우는 일신우리집 아이들은 지난 어린이날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씨는 『김군이 처음 왔을때의 심한 불안감, 허기감 등이 많이 해소됐다』고 말한다.

피학대아동의 대부분은 하도 맞아 매를 무서워하지 않으며 손버릇이 나쁘고 학대를 당한 만큼 가학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수리개념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점도 「희한하게」 공통적이다.

「피학대아동은 일종의 환자」라고 생각하는 그는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잘 먹이고 푸근하게 사랑해주는 것밖에 길이 없다』고 말한다. 어릴때부터 고립감을 느껴온 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양육시설은 일반 가정과 다를바 없는 환경과 사랑을 베풀어주는 그룹홈이다.

피학대아동을 10명이내의 소규모로 수용, 가정형태로 운영되는 그룹홈은 현재 국내에 70여곳정도 있다. 그룹홈들은 대부분 종교단체나 독지가에 의해 운영돼고 있다. 63년 국내 최초의 그룹홈으로 대구에 설립된 SOS어린이마을, 살레시오수도회가 서울 구로구, 성북구, 안양, 부천 등 10곳에 운영하는 나눔의 집 등 몇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인가시설이다. 그룹홈에 대한 법규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가 주최한 「아동학대의 예방·치료와 사회사업 개입」에 관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했던 이씨는 국내의 학대 및 유기된 아동의 수를 대략 전체 청소년인구의 0.3%인 4만명으로 추산했다.

그는 『생활은 나아졌지만 핵가족화로 부모가 이기적으로 변하고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아동학대의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혼하는 경우 서로 아이를 안 맡으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피학대아동에게 이상적인 보호시설인 그룹홈 활성을 위해서는 부모역할을 하는 봉사자들이 상담능력을 갖추는 등 전문화해야 하며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김동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