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승용차를 잇따라 들이받아 3명을 숨지게 한 트럭운전자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함께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 운전자는 경찰에서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아 홧김에 소주 2병을 마시고 차를 몰았다고 어처구니 없는 진술을 했다. 그의 「살인행위」에 법리적으로 미필적 고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재수사와 기소과정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검·경의 중벌의지는 확고한 셈이다.미국에서는 최근 음주운전으로 여대생 2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가 한 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고 혈중 알코올농도가 법정 허용치 이내였는데도 미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1급살인죄가 적용돼 종신형평결을 받았다. 검·경이 이번에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세계 각국의 이같은 엄벌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뿌리뽑기 위해 지난 해까지 주 3, 4회 실시하던 단속을 1월부터는 장소를 옮겨 가며 매일 1곳 이상에서 무기한 계속하고 있다. 6대 도시에서는 경찰서당 매일 3곳 이상에서, 중소도시와 군소재지 경찰서는 각각 2곳, 1곳 이상에서 장소를 바꿔가며 단속을 한다. 실랑이를 줄이기 위해 경찰은 단속경관들에게 녹음기를 지급하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대법원도 올해부터 음주·무면허운전 등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자들에게 연간 100시간 이상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여전하다. 경찰이 8, 9일 이틀동안 예고없이 실시한 단속에서는 전국에서 3,111명이 적발돼 전원 형사입건됐다.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정지를 당한 상태인데도 음주운전을 하다 가중처벌받은 경우가 많았고 여성운전자들도 다수 적발됐다. 음주운전은 이처럼 직업이나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널리 퍼져 있다. 15일에는 인기가수 김흥국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 정도 마셔서는 끄떡없다」는 자만심, 음주운전을 무슨 무용담처럼 여기는 직장분위기, 「적발되더라도 돈이면 해결된다」는 사회풍조가 음주운전을 번지게 한다. 한 번의 「성공」은 두 번의 음주운전을 하게 만든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자료에서도 자가운전자 5명중 1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주운전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조사대상자의 36%가 「적발되면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음주운전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운전자 개인이 각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경찰은 엄벌방침에 걸맞게 「돈을 주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속과정에서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경찰의 단속통계를 보면 음주운전자의 비중은 언제나 연령으로 30대, 직업으로는 회사원이 가장 높다. 특히 회사원이 40%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업·직장단위의 대대적 음주운전 근절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이며 음주운전자는 사회파괴범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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