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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옥중에세이집 나온다/변화한 심경·현실비판 두루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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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옥중에세이집 나온다/변화한 심경·현실비판 두루엮어

입력
199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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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간디 이념을 비판한건 성급하고 좁고 무지한 판단이었다/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거? 영영 잠들지라도 마냥 걷고만 싶은 거무기수로 7년째 경주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노동자시인 박노해(39)씨의 에세이집 「새벽에 길어올린 생각 하나」(가제)가 6월초 해냄출판사에서 나온다. 실린 글들은 부인 김진주(42)씨와 형 기호(47·신부)씨가 면회 때 들은 박씨의 최근 심경을 대필한 것이다. 원고지 5∼6장 분량의 단상 60여편에는 수감생활에서 겪는 심경의 변화,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순정한 새날」에 대한 희망 등이 혼재해 있다.

「열정 어린 청년들이 먼 길 찾아와 투명창 너머로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가 선생님, 지금 가장 절실한 게 뭐예요? 자나깨나 혁명이란 화두이시겠지, 시대정신, 미래 진보, 희망 찾기, 맞죠? 가만히 웃음짓다가 돌아왔네.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거? 끝도 없이 걷고 싶은 거, 걷다가 쓰러져 영영 잠들지라도 마냥 걷고만 싶은 거. 여자의 부드러운 살 부비고 싶은 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밥상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며 밥 먹는거」(「인간의 기본」에서). 「지난 날 나는 간디의 비폭력 노선과 보수적 이념을 비판했다. 그것은 참으로 성급하고 좁고 무지한 판단이었다. 현실 투쟁에 임하는 조급성과 이념적 단순성, 인간과 삶과 세계를 맑고 깊게 보지못한 눈이 저지른 큰 오류 가운데 하나였다」(「성 간디를 생각하며」에서).

그러면서도 그는 「온통 부패투성이 세상이여 썩어라, 더 팍팍 썩어라, 구석구석까지 썩어라. 기왕 썩는 것, 돈과 힘의 심장부까지 썩을대로 썩어라. 푹푹 썩어야 푸르른 내일의 훈김이 모락모락 오르지. 속속들이 썩어야 순정한 새날이 오지」(「썩지 않는 똥」에서)라며 현실 비판을 늦추지 않는다. 북한동포돕기에 대해서는 「비만으로 다이어트가 유행이고, 음식쓰레기가 넘쳐나 썩어가고… 다 굶어 죽은 뒤에 통일은 무슨 통일, 다 굶어 죽은 뒤에 민족은 무슨 민족」(「어떤 사진 한 장을 보고 말았다」에서)이냐고 소리를 높인다.

박씨는 93년에는 옥중시집 「참된 시작」(창작과비평사간)을 냈다. 그는 이번 에세이집으로 출판사에서 받은 선인세 1,000만원을 북한동포돕기 운동에 써 달라며 민주노총에 기탁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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