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나토우산 편입 안정 발판/협정 강제조항 없어 갈등 소지도탈냉전시대를 맞아 새로운 유럽의 안보체제가 출범한다. 14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하비에르 솔라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간에 타결된 「나토와 러시아간 협력 및 안보에 관한 기본협정」은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나토와 러시아간의 대립과 갈등을 청산하는 발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러시아는 최초로 서유럽 군사동맹에 제도적으로 참여하게 됐고 나토는 그동안 이지역 방위에 위협이 됐던 중·동부 유럽을 회원국으로 가입시켜 확고한 유럽의 안보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따라서 이번 협정은 91년 사망선고를 받은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에 못질을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동부 유럽이 나토로 넘어가면 안보상 크게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에 나토 확대에 완강히 반대해왔다. 반면 미국 등 나토 회원국들은 동유럽의 확실한 장악없이는 유럽안보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입장에서 나토의 확장을 절대 과제로 삼았다. 구 바르샤바 동맹국들의 주권에 더이상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나토의 확대를 인정한 러시아는 신설될 「러시아―나토 위원회」에서 무기 및 병력배치 등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또 「나토 신규가입국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도나 계획, 이유가 없으며 전투력 배치가 불필요하다」는 내용을 협정에 포함시킴으로써 나토확대로 인한 안보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 나토는 이번 협정으로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을 신규회원국으로 가입시켜 잠재적인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대서양 공동체로 편입시킴으로써 중국과의 접근을 차단,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의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번 협정에서 러시아는 나토와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강제적인 권한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따라서 이번 협정은 당사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또다시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 한계를 안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미/‘하나의 유럽’ 향한 징검다리
나토 확대를 위해 러시아를 설득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미국은 이번 합의를 「하나의 유럽」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이고 분열되지 않은 민주적 유럽을 건설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앞으로 21세기에는 죽음과 파괴, 고통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20세기식 손익계산의 덫에 우리가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번 합의가 증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러시아가 발언권만 가지고 표결권은 없는데 대해 『러시아가 나토안에서가 아니라 나토와 함께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토 확대문제는 클린턴 대통령이 올초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내건 주요 외교목표였다. 때문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2번씩이나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를 설득했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성사시키는 올브라이트 장관의 외교력을 새삼 돋보이게 만드는 사례이기도 하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선 동아시아 유럽 중동 등 세곳의 외교 전략지역 가운데 유럽의 안정을 도모할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남북한 문제를 포함한 다른 지역의 이슈들에 더욱 외교적 비중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러/동유럽 핵배제 관철에 만족
러시아는 이번 협정에서 나토 확대에 따른 안보위협을 최대한 줄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협상 당사자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은 협상타결후 『러시아와 전세계를 위한 위대한 승리』라고 자찬했다. 러시아측이 내세우는 것은 협정중 신규 회원국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러시아는 이를 근거로 나토가 확대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핵 위협은 증가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에 의한 위협은 향후 감축협상에 따라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러시아는 또 옐친 대통령이 천명한 서명 시한인 27일전에 어떻게든 타협을 이뤄낸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협정과 관련, 공산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은 나토의 확대를 용인하는 협정서는 냉전에서 러시아의 참패를 자인하는 「항복문서」라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러시아는 나토의 군사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했지만 나토가 이를 거부했고 결국 1년에 두차례씩 러·나토 외무국방회의를 개최하는 선에서 절충된 것이다. 러시아는 사실상 「가장 덜 나쁜」합의안을 찾아내야 하는 절대 열세의 위치에서 협상을 벌였으며 나토로부터 이 정도의 양보를 얻어낸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나토확대 일지
▲49.12=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출범
▲50.12=나토군 창설
▲55.5=바르샤바조약기구(구WTO) 발족
▲91.7=구 WTO 해체
▲91.11.7∼8=회원국 정상회담(로마)서 구 WTO회원국에 문호개방 등 합의
▲92.4.1=나토·구 WTO 회원국 첫 국방장관 합동회의 개최
▲93.10=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나토가입 의사 재천명
▲93.10=미국, 구 WTO회원국과의 「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계획 발표
▲95.9.22=러시아, 나토 동유럽 확대 저지 경고
▲96.1.31=러, 나토 확대 수용 시사
▲96.10.22=빌 클린턴 미 대통령, 99년말까지 나토확대 일정 제시
▲97.3=미·러 정상회담(헬싱키)서 확대문제 논의
▲97.5.14=나토 확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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