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원죄성 사과 등 수습 구상김영삼 대통령은 아들 현철씨가 검찰에 소환된 15일 어느 때 보다 바쁜 일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김대통령은 세종대왕 탄신 600돌 기념식, 스승의 날 기념 오찬,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접견 등 계속된 행사에서 별다른 감정 동요없이 평상심을 유지했다. 김대통령은 오찬자리에서 스승인 안호상 전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은 욕을 많이 먹는 자리가 아니냐』고 위로했으나 그저 웃기만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상하다 할 정도로 담담한 모습이며 아들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자신의 마산여고, 이화여대 스승을 초대한 오찬에 나가지 않았다. 한 측근은 『마음이 아프겠지만 예년에 참석하지 않은 관례에 따랐을 뿐 현철씨 문제 때문이 아니다』며 『현철씨가 검찰에 소환되는 TV보도는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철씨는 지난 8일 어버이날 「부모님 은혜에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리본이 달린 난 화분을 청와대로 보냈으나 검찰에 나가기 전 전화 인사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현철씨가 돈 받은 사실은 2월 담화발표때까지도 몰랐으나 이를 뒤늦게 알고 크게 상심했었다』며 『오래전에 사법처리를 결심한뒤 장고를 해왔으므로 이제 시국수습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아들의 사법처리를 계기로 한보사태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정국의 전면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남은 임기내 정치풍토와 정치구조 개선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며 일련의 정치일정에서 대통령으로서 정국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우선 20일께 밝힐 입장표명을 통해 아들문제와 92년 대선자금 문제 등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도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며 『김대통령은 오랜 정치역정 동안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늘 선선히 사과를 해왔던 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지난 2월에 이어 불과 3개월만에 또 다시 사과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원수로서의 체면이나 위신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솔직하게 사과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대선자금이 지닌 「원죄성」을 설명하고 국민에게는 정치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협조를, 정치권에는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노력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이 당정회의에서 입장표명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도 정치권의 반성과 책임의식 공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6월 임시국회가 올 대선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각종 정치관계 법안의 처리 등 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임시국회에 이어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준비로 국면이 전환될 경우 남북문제와 외교 등에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탈당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총재직 이양은 후보 결정이후 적절한 시점을 택할 복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나돌고 있는 개각설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성급한 추측』이라고 강력히 부인하면서도 거론된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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