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사법처리돼도 ‘한보몸체’는 못밝히는 셈/여 봉합시도,야 “규명” 목청 여론 봐가며 수위조절김현철씨는 5개월째 계속된 공황정국의 중심권에 서 있었다. 따라서 김현철씨의 사법처리는 정국 혼돈의 한 원인이 소멸됨을 의미한다. 원인이 제거되면 상황은 종료되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보정국도 진정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면전환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난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대선자금 문제다. 김씨의 국정농단이 도덕적 단죄를 받고, 그의 이권개입이 법적 처벌을 받는다해도 대선자금 문제는 그냥 지워지기 어려운 별개의 현안이다.
더욱이 김씨의 사법처리는 논리적으로는 한보사태와 무관하다. 모든 혼란의 출발은 한보 거액특혜대출이었다. 그러나 김씨 처벌은 한보와는 전혀 무관한 개인적인 이권개입에 맞춰져 있다. 한보사태의 몸체가 드러나지 않은 셈이며 한보미스터리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것이다. 오히려 대선자금이 한보사태의 숨은 원인이라는 인식만 더욱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목에서는 당연히 『진정한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고 한보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법적 차원에서나, 원론적으로는 상황변화의 근거가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한보사태에 마침표를 찍자는 논리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통령 아들의 구속, 국민의 동정론, 불안한 시국에 대한 우려가 『이제 그만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대선자금에만 매달리지말고 미래를 논하자. 더이상의 논쟁은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은 이런 정치논리로 대선자금 문제의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청와대나 신한국당 인사들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는 일은 헌정사상 초유』 『대통령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을 자주 한다. 국민정서에 호소하는 감정적 접근법, 정치적 해법을 구사하겠다는 의도이다.
검찰도 『대선자금은 수사대상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씨 구속으로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의사표시이다.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대선자금을 수사할 경우 어떤 사태가 올 지 모른다. 아예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야당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일단 원론적 접근을 하고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일제히 『이제부터 대선자금을 규명할 차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 사법처리만으로 대선자금에 대해 면죄부를 주지않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6월 임시국회에서 대선자금 문제를 물고늘어지겠다는 자세다. 오는 12월의 대선을 고려, 대선자금을 계속 이슈화해 여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대선자금 문제가 여권 대선주자들의 논쟁을 촉발, 분열로 치닫게 할 수 있다는 「이이제이」의 전략도 있는 것이다. 다만 국민여론이 혼란의 지속을 우려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만큼, 야권은 당분간 수위를 조절하며 추이를 지켜볼 것 같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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