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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문화/배정근 경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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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문화/배정근 경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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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공직사회에서는 출세를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중 하나로 「든든한 스폰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공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없이 일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후원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른바 힘있는 자리에 있거나 잘나가는 공무원 또는 정치인들은 대개 한두명의 스폰서를 갖고 있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밀어주는 스폰서가 있다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스폰서문화」는 공직사회에 이미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김현철씨가 김덕영 두양그룹 회장 등 경복고 출신 기업인 3명으로부터 93년부터 2년동안 매달 6,000만원씩을 활동비로 받았다는 검찰 수사결과는 스폰서문화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 사이에서 알 수 있듯이 공직자 스폰서는 친구나 학교, 고향 선후배 관계로 맺어지고 돈많은 사업가거나 접대비를 풍부하게 쓸 수 있는 대기업 간부인 경우가 많다.

공직자중에는 스폰서 예찬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공직생활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유혹」을 받기 마련인데, 순수한 뜻에서 대가없이 도와주는 후원자가 있다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깨끗하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마 김현철씨도 검찰수사를 받으며 이런 논리를 펼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정말 순수한 우정이나 친분관계로 공직자를 아끼는 뜻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나 대가없이 도와주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는게 우리 사회의 철칙이며 인지상정이다. 아무리 대가를 바라지 않는 관계라도 『내 사람을 키우자』 『우리 동문을 밀어주자』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크고작은 이해가 존재한다. 결국 공직사회의 스폰서문화는 뇌물과 특혜라는 부패구조를 보다 세련되고 교묘하게 「세탁」한 것에 다름 아니다. 부패구조가 그만큼 일상화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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