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검약이란 말이 요즘처럼 존재를 흐린 때도 드물다. 과소비에다 몇억원이 「떡값」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낡은 말인지도 모른다. 전직대통령들의 몇천억원의 비자금과 조단위의 돈이 오고간 한보사태 후 이를 꺼내기조차 민망한 세상이 되어버린지 오래다.도박을 해도 몇십억원이나 몇백억원이다. 절제와 검약을 가르쳐야 할 대학총장이 공금을 유용해도 몇백억원이다. 은행 돈도 왕창 쓴 사람은 보호를 받는다. 기업경영을 방만하게 하다가 도산지경에 이르러도 「부도방지협약」이란 것을 만들어 구제해 주는 묘한 세상이다.
사회지도층의 돈과 도덕심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진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미덕처럼 여겨지던 경제적인 생활은 「불출」들이나 하는 것으로 비하되고 있다. 모두 간이 부었다고 할 것이다. 서민들은 규모있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스스로의 생활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마저 미국 등 선진국의 압력으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나라나 개인이나 살림, 즉 경제가 어려워지면 절약을 하게 마련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해 내려오는 진리인데 이를 못하게 압력을 가하는 희한한 세상이다. 그들이 절약하면 미덕이고 딴 나라가 하면 외제를 차별하려는 저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말로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란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절약 검약이란 뜻이 먼저 나오고 경제가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경제란 말속에는 절제 절약이란 깊은 뜻이 깃들어 있는데 선진국들은 필요에 따라 이를 깔아 뭉개려 하고 있다.
「Economy」란 말은 원래 희랍어의 집을 가리키는 「오이코스」(Oikos)와 경영한다는 뜻인 「네모」(Nemo)가 합쳐 이뤄진 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 말을 합치면 집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즉 절제를 그 바탕으로 하는 제가다.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와 경세제민의 깊은 교훈이 Economy란 말속에 전부 들어있다. 경제가 잘되면 모든 것이 잘된다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도 이러한 경제의 참뜻을 소홀히 한데 그 원인이 있다. 한보의 정태수씨 일가가 그렇고, 떡값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그렇다. 절제와 자기분수를 안다는 말이 지금처럼 그 무게를 더하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사법처리를 눈앞에 둔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문제는 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그가 구속되면 이는 나라의 수치다. 경제가 담고 있는 조절과 절제란 의미를 조금만 생각했더라도 이같은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비극은 무절제가 주는 무서운 경고다.
12월 대통령선거를 향해 경주를 계속하고 있는 대권주자들도 김씨문제나 92년 대통령 선거자금 문제를 다시 없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대권을 꿈꾸고 있다는 「용」들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서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다고 한다. 돈도 많이 쓴다는 보도다.
이러다가는 요즘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불행한 사태가 몇년 후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전두환 노태우 전직대통령의 비자금문제가 떠올랐을 때 국민들은 이런 일이 다시 없길 바랐다. 바람과는 달리 현재 김현철씨 비자금 문제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대권주자들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교훈 앞에 옷깃을 다시 한번 여며야 할 것이다. 절제하는 마음없이 휘젓고 다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불행의 함정에 옷깃이 걸려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한다.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생활도 그렇지만 행동거지는 물론 말까지도 경제적으로 이끌어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쁘고 어려울 때일수록 경제의 참뜻을 한번씩 되씹어 봄직하다. 절제와 수신제가란 깊고 큰 뜻을 지니고 있는 「경제」만큼 정치가들이 무겁게 알아야 할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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