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꺾인 모습,구속 각오한듯 「빈 손」/「김 소장」 아닌 피의자 곤혹스런 표정15일 하오 1시55분께 대검청사에 도착한 김현철씨는 구속을 각오한듯 「빈 손」이었다. 2월21일 고소인 자격으로 대검청사에 출두할 때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할 노란색 봉투를 든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당당하던 기품도 이날은 다소 기가 꺾인듯 보였다.
첫 출두 때 현철씨는 국민회의 소속의원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 고소인 자격으로 25시간 조사받았다. 당시 그는 『검찰이 우리 편이 아닌 것 같다』고 전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음을 넌지시 강조하기도 했으나 검찰의 조사결과는 「무혐의 귀가조치」였다.
현철씨는 『국민과 아버님께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검찰을 떠난 지 83일만인 이날 검찰에 불려왔다. 신분은 48시간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피의자다. 호칭은 첫 조사때의 「김소장」에서 「피의자」로 격하됐다. 수사진도 예전의 수사진이 아니다.
이같은 변화를 모를 리 없는 현철씨는 이날 긴장된 표정으로 청사에 도착했다. 짙은 감색 양복을 입은 그는 취재진들을 위해 5초간 포토라인에서 포즈를 취했다.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고 자신의 비리 의혹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수사관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갑시다』라고 말한 뒤 로비로 들어섰다. 로비에서 10여초간 사진 촬영에 응한 현철씨는 다시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자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대선자금을 얼마나 남겼나』 『청문회에서 왜 거짓말을 했나』 『아버지께 할 말이 없나』 『심경이 어떠냐』 등의 속사포같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수사관들과 함께 11층 조사실로 올라갔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는 처음으로 현철씨가 소환되던 날 대검청사 로비에는 무거운 정적이 깔렸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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