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의 「고」냐, 「스톱」이냐를 놓고 정부와 신한국당이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고」파의 주장은 한국은행 독립, 금융감독체제 개편, 은행소유구조 개선 등 금융개혁 핵심과제를 올해에 처리하자는 것이다. 강경식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중심으로 한 재경원내 「개혁파」가 『정권에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며 「고」를 외치고 있고 청와대 정무 및 경제 수석, 그리고 금개위가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이에 비해 「스톱」파는 금융개혁 핵심과제를 내년, 즉 차기정권에 넘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국당이 제창했다. 신한국당의 「공식입장」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김중위 신한국당정책위의장과 나오연 제2정조위원장 등 당 정책 고위간부들이 주장하는 만큼 신한국당의 「준공식입장」임에 틀림없다.
신한국당이 「못하겠다」고 끝까지 버티면 정부로서는 대책이 없다. 신한국당이 사실상의 입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란 카드가 있다. 그렇지만 신한국당의 차기대권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은 현시점에서조차 대통령의 뜻을 가장 충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청와대 수석들의 힘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인섭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임시국회가 6월 중순에 개최될 경우 한은법 등 금융개혁관련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앞서 김인호 경제수석도 14일 『금개위가 대통령에게 개혁안을 보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이) 연기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국당 혹은 김의장에게 「엘로우카드」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또 박성용 금개위 위원장이 이날 강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금융개혁 중장기 과제를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며 만약 시간상 제약으로 어렵다면 9월 정기국회에는 꼭 상정해 달라』며 강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었지만 그 역시 「파괴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재경원내에서도 『풍수선생(강 부총리)이 너무 현실을 앞질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현상황에서 「고」파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이달말로 예정된 금개위 보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고」파를 밀어주는 것밖에 없는 셈이다. 물론 그 역시 「필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95년 재경원이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 한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결국 관철시키지 못했었다.
물론 역설도 있다. 오히려 하반기 대선정국으로 돌입하면 「고」파의 입지가 강화된다는 소수 의견이다. 「고」파는 명분면이나 당위성 측면에서 「스톱」파를 앞서고 있는 만큼 대권주자들이 표를 의식해 「고」파를 표면적으로나마 지지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있다. 금융개혁은 「고스톱」의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고」냐 「스톱」이냐는 단순한 힘겨루기는 「적자생존」이 아닌 「강자생존」이란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개혁을 보는 관점은 「누가 센가」 「누가 말 잘하나」같은 현실론보다는 「금융개혁은 필요한 것인가」라는 당위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물론 당정간의 충돌에도 정책대결, 즉 옳바른 정책을 채택하기 위해 당정이 논쟁을 벌이는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은 「그 정책이 표가 되느냐 않되는냐」는 정치논리가 「국내 금융산업은 지금 고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경제논리의 대결이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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