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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으며 마음각오/소환 앞둔 김현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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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으며 마음각오/소환 앞둔 김현철씨

입력
1997.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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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린 집주변 인적은 끊기고…김현철씨는 얼마전 그와 가까운 모 인사에게 『검찰조사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이번 사건이 다 지나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현철씨는 자신의 언행이 도전적으로 비쳐질 경우 또다시 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의식했음인지 평소 이 인사와 막역한 사이임에도 상당히 말을 아꼈다고 한다.

그는 최근의 언론보도와 여론의 흐름 등으로 미루어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공공연히 주장할 경우 여러모로 밉보일 수 밖에 없고, 같은 맥락에서 「검찰에 구속될 일이 없다」는 스스로의 생각이 밖으로 알려지게 되면 공연히 검찰까지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모처럼의 전화통화였지만 긴 이야기를 나눌 형편도 못됐고, 이것저것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었다』며 『다만 나름대로 굳은 각오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속마음이야 어쨌든 현철씨는 최근들어 더욱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구기동 자택에서의 칩거가 요즘들어선 거의 「유폐상태」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 측근이 자신의 13억원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는 일부보도가 나간 뒤 그나마 연락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과도 거의 절연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한다. 청문회 직후 권영해 안기부장,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과 비밀회동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에는 상태가 더욱 심해져, 바깥 세상일에 아예 관심을 두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래서 TV는 물론 신문조차 거의 보지 않고, 성경읽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다. 그가 즐겨 읽는 성경구절은 구약성서의 하나인 「욥기」. 욥은 사탄의 시험에 빠져 재물과 자식을 모두 잃고 질병까지 얻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고통이 부당하다고 항변하지만 친구들은 『죄가 있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냉대한다. 그럼에도 욥은 독실한 믿음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결국은 하느님으로부터 두배의 행복을 받게 되는데, 현철씨가 욥의 이야기를 통해 시련을 견디는 힘을 얻으려 하는 것 같다고 주변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검찰출두를 하루앞둔 14일 현철씨 집주변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린 탓인지 보도진만 간간이 눈에 띌 뿐 인적조차 드물어 을씨년스러웠다. 서울경찰청 소속 2개소대 80여명이 외곽경비를 했으며, 빌라 경비원들도 요소요소에 설치된 7대의 폐쇄회로 화면을 모니터하며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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