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상가 폭격맞은듯 파괴/아파트 벼랑위 “아슬아슬”/천8백명 맨몸 긴급대피/나들이서 귀가주민 “웬 날벼락…” 망연대단위 재개발아파트 단지의 축대가 무너져 1명이 깔려 숨지고 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그동안 성수대교·삼풍백화점붕괴 등 숱한 대형사고를 겪고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관련기사 34면>관련기사>
▷붕괴◁
14일 하오 2시30분께 서울 성북구 돈암2동 616 동소문재개발아파트단지내 20층짜리 한진아파트 209동 아래 길이 50m 높이 20m 콘크리트 축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축대 바로 아래 전화부스에서 전화하던 김미성(27·여·도봉구 창동)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지고 노인길(44·서울중랑구 면목3동)씨 등 6명이 부상했다. 또 쏟아져 내린 콘크리트 조각과 흙더미가 축대 바로아래 상가건물을 순식간에 덮쳐 건물이 반파됐으며 부근 도로에 서있던 차량 7대와 오토바이 2대가 부서졌다.
현장에서 20m 떨어진 성북경찰서 돈암2동파출소 이대운(55) 경장은 『근무중 천둥치는 듯한 굉음이 2차례 들린 뒤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고 말했다.
▷현장◁
축대는 209동과 불과 20여㎝의 간격을 두고 칼로 베어진 듯 완전히 깎여나가 아파트건물은 벼랑에 간신히 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축대아래 2차선 도로에는 공중전화부스가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으며 차량들도 흙더미에 깔려 마치 휴지조각 같았다. 또 길 건너 흙더미가 덮친 상가건물은 폭격을 맞은듯 전면이 잘려져 나가고 창유리는 모두 깨졌다.
현장 주변에는 이 아파트 주민 수백명이 구조작업을 지켜봤으며 밤이 되면서 휴일 나들이를 즐기고 귀가한 일부 주민들은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망연자실했다.
▷현장수습 및 대피◁
사고가 나자 경찰은 209동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고 판단, 209, 210동 4백50세대 주민 1천8백여명을 대피시켜 인근 우촌·돈암초등학교에 분산 수용하는 한편 하오 3시30분부터 209동에 도시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사고직후 119구조대 등의 구조차량들과 크레인 등 대형장비들이 출동했으나 좁은 진입로에 주차한 차량들이 많아 현장진입이 늦어진데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토사가 계속 흘러내려 하오 5시께에야 김씨의 시신을 발굴했다.
서울시는 사고 직후 돈암2동사무소에 대책본부를 설치, 한림구조컨설턴트를 통해 아파트기울기와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추가붕괴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단, 하오 5시10분께 209동중 축대와 인접한 1백21가구 주민 2백89명을 단지내 어린이집과 노인정에 수용하고 가스공급도 재개했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들은 건물이 안전하다는 구청측의 안내방송에도 불구, 귀가하지 않고 친인척 집으로 향했다. 한편 209동 210동 주민들은 돈암초등학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고원인 및 수사◁
경찰은 일단 12, 13일 서울에 내린 강우량 1백11㎜의 집중호우로 빗물이 축대로 스며들어 지반이 약화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사인 한진건설측은 『축대의 방수콘크리트가 갈라진 틈으로 빗물이 설계보다 많이 스며들면서 높아진 수압을 옹벽이 이기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이날 시공회사인 한진건설로부터 건축관련 서류일체를 제출받는 한편 관련 직원들을 소환, 설계·시공·감리과정의 부실여부를 조사했다. 또 95년 6월 재개발조합이 신청한 아파트 임시사용승인이 수방대책 미흡 등의 이유로 반려된 사실을 중시, 구청공무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키로 했다.<정덕상·최윤필·이동훈 기자>정덕상·최윤필·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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