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중·이성호씨 관리… 김기섭씨 최종 일원화김현철씨의 비자금은 검찰이 현철씨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검찰이 현철씨를 15일 전격 소환키로 함에 따라 그간 여러 갈래로 파헤쳐 들어갔던 비자금 수사가 현철씨의 최종확인만을 남겨 둔 막바지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짐작케 한다. 검찰은 현철씨의 비자금 총액은 70억원 가량이며 이 돈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70억원은 현철씨가 기업인들에게 받은 활동비와 뇌물성 자금은 물론 대선자금 잉여금까지 포함한 액수로 전해진다.
검찰관계자는 『현철씨 비자금의 큰 흐름은 「박태중―이성호―김기섭」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철씨가 문민정부 초창기인 93년 초 대선자금 잉여금 수십억원을 측근인 박태중(구속)씨에게 맡겼으나 이 자금이 이성호씨에게 전달됐고 95년말부터 「소산의 장세동」격인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에게로 비자금 관리가 일원화했다는 것이다.
현철씨 비자금의 꼬리가 처음 잡힌 것은 의혹에 싸였던 박태중씨의 1백억대 재산출처. 검찰은 박씨와 가족의 예금계좌에 93년초 출처가 불분명한 1백32억이 관리된 사실을 확인했다. 양부의 재산을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던 박씨는 검찰에서 이 자금의 출처를 상당부분 해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백창현 전 나사본 총무부장 등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 돈의 「종자돈」격인 상당한 자금이 14대 대선 잉여자금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흐름 추적으로 이 돈중 일부가 이성호씨에게로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검찰에서 현철씨에게 50억원의 관리를 위탁받은 사실을 시인했고 대호건설 김종욱 기조실장에게 돈세탁시킨 뒤 평소 대호의 자금을 관리해준 대신증권 김성진(95년 4월 퇴직) 상무에게 넘겼다고 진술했다. 김상무는 이 자금을 삼천리 등 34개 종목의 주식과 회사채 등에 분산투자했으나 자금을 그다지 불리지는 못했다.
이씨는 김상무가 95년 4월 덕산그룹사건과 관련해 충북투금 인수 알선료 수수건으로 조사를 받자 대신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했다. 그러나 이씨의 직접관리도 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아버지인 이건 대호건설 회장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막을 내렸다. 현철씨가 자금노출을 우려해 이 자금을 김기섭씨에게 넘길 것을 이씨에게 지시한 것. 김 전차장은 이돈을 신라호텔 재직시부터 막역했던 한솔그룹 조동만 부사장에게 관리를 부탁했다. 이전부터 김기섭씨의 부탁을 받아 조씨가 관리중이던 20억원대의 자금을 포함, 현철씨의 자금 70억원은 「김기섭―조동만」라인으로 일원화한 것. 조씨는 한솔의 위장계열사인 CM기업의 주식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리했다.
검찰수사결과 이 돈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같은 자금흐름 과정은 명쾌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검찰관계자는 『박태중―이성호―김기섭으로 이어지는 현철씨 자금라인이 상당히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며 『비자금 총액은 현철씨의 최종확인을 거치면 정확한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십억원의 대선잉여자금의 존재가 확인된 것만으로도 김영삼 대통령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고 현철씨도 현정부의 역점사업인 금융실명제를 정면으로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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