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발행한 사모전환사채(CB)가 유효냐 무효냐. 한화종금의 경영권을 둘러싼 도전자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 회장과 방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간의 공방전은 이 문제에 대한 법원측의 최종판결에 달려 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적대적 기업흡수 및 합병(M&A)의 존재양식과 발전방식도 이 판결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 확실하다. 법원으로서는 공명정대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될 것이다.서울고법 민사20부가 13일 한화종금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174만주·전체주식의 17%)에 대해 무효라고 결정을 내린 것은 일단 박회장 등 소액주주측에 유리한 국면을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겠다. 고법판결은 박회장이 제기한 전환주식의결권행사 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것. 재판부는 무효의 사유를 「전환사채제도의 남용」에서 찾았으며 『구지배주주가 경영권방어를 위해 우호세력에게 신주를 배정할 방편』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그 남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한 『전환사채발행이 상대방이 알지 못하도록 비밀리에 이뤄지는 등 발행경위와 방법 및 결과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불공정성도 강력히 지적했다. 고법판결은 소액주주의 이익보호에 역점을 뒀다 하겠다.
이 판결은 『…전환사채의 거래안전을 중시해야 한다』며 『…대표이사가 지배주주의 우호적 지분을 증가시킬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는지에 관해 판결할 필요도 없이 박회장측의 가처분신청은 이유가 없다』고 결정한 지법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문제의 이 판결을 내렸던 지법판사는 같은 성격의 사안인 미도파의 사모전환사채발행계획에 대해 의결권이 행사되게 된다면 『불공정한 사채발행』이 될 수 있다고 상반되는 결정을 내려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이번 고법판결은 소액주주의 권익옹호라는 적대적 M&A의 순기능을 조장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고법도 전환사채발행에 따른 의결권행사 금지신청 그 자체에 대해서는 『경영권의 교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안인 만큼 본안재판 또는 가처분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결정 이후로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기각시켰다. 따라서 한화종금의 경영권향방은 대법원판결이나 본안소송의 결과를 기다려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한화종금의 공식지분은 사모사채전환주식이 유효로 판정되면 한화측이 32.82%로 박회장측(25.48%)보다 앞서고 무효화되면 박회장측이 30.71%로 한화측(19.02%)을 상회하며 우호세력지분을 합쳐도 박회장측이 약 5%정도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경제에 적대적 M&A의 정착이 요구되는 것은 부실경영주 전횡견제, 소액주주권익보호, 사업구조조정촉진, 소유지분투명화 등 그 장점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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