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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기껏 시장 키워놨더니…”/다국적기업 ‘직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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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기껏 시장 키워놨더니…”/다국적기업 ‘직할’ 비상

입력
199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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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제휴청산·웬디스 운영권 요구 등/직판·지분확대 국내업체와 마찰 잇달아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시장에 대한 「직할통치」를 강화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최근 국내기업과의 합작 혹은 제휴관계를 청산하고 직접 판매망구축에 나선 다국적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국적업체의 독자 진출확산은 법정싸움이나 제품불매운동의 형태로 마찰을 일으키며 가뜩이나 불황으로 뒤숭숭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우선 코카콜라는 최근 공정위제소로까지 문제가 비화되면서 분쟁의 중심에 있다. 청량음료시장의 59%를 점하고 있는 코카콜라는 지난달 26일 우성식품에 이어 2일 호남식품의 음료자산을 인수했다. 코카콜라사의 국내 4개 위탁업체 가운데 2개를 확보, 국내 직판체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이과정에서 범양식품은 영업권과 자산을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며 공정거래위에 제소한데 이어 대구지법에도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및 강원지역판매를 맡아 전체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쥐고 있던 두산음료도 이달말로 원액공급계약기간이 만료돼 긴장하고 있다. 최근 OB맥주에 합병된 두산음료측은 자산과 영업권이 크고 KFC 등 외식업체들을 끼고 있어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코카콜라측은 내부적으로 이미 영업권인수계획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양주시장에서도 별도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OB시그램의 합작사인 시그램측이 직판체제 구축움직임을 보이면서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도 양상은 비슷하다. 웬디스 미국본사는 최근 국내 웬디스점포 23개중 11개에 달하는 가맹점의 운영권을 무상으로 내놓으라고 국내파트너인 (주)웬코측에 요구했다. (주)웬코는 94년 미국본사와 10년간 재계약을 맺은 상태이나 시장이 커지면서 본사측의 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맥도널드도 수도권 영업권을 갖고있는 (주)신맥과 88년 49대 51의 지분출자로 위탁판매를 시작했으나 점포수가 늘어나면서 최근 증자를 통해 7대 3으로 지분비율을 역전시켰다.

외제선호경향이 높은 화장품과 패션도 심각한 상황이다. 랑콤 샤넬 엘리자베스 아덴 크리스천 디올 에스티 로더 등 유명업체들이 95년부터 합작 제휴관계를 청산하고 독자진출로 전환한 상태이고 패션업계에서는 「샤넬」 「캘빈 클라인」 구찌 계열의 「하우스 오브 플로렌스」 등이 최근 직판체제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들은 브랜드 사용권 제공으로 국내시장에서 초기 탐색전과 기반다지기를 마무리한뒤 직판으로 들어오는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시장개척의 리스크와 애로는 국내업체가 떠맡고 시장이 점차 확대되자 직할 통치로 국내업체를 「토사구팽」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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