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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관군 유고시집 ‘하늘 키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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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관군 유고시집 ‘하늘 키재기’

입력
199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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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소년이 남기고 간 '맑은 감동`수능시험을 치른 뒤에야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고3생. 항암제를 투여받으며 대입 본고사를 치러 올해 서강대 자연과학부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결국 일주일만에 열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 김형관군.

그가 3년여 써서 책상서랍 안에 넣어두었던 120여편의 습작시가 사후에 발견돼 시집 「하늘 키재기」(동녘간)로 묶여 출간됐다. 이 시집은 지난 2월, 49일재에 맞추어 부부교사인 부모 김종현·박옥자씨가 자비출판했고, 사연이 알려지면서 동녘 출판사가 정식 출간했다. 시어들이 너무나 진솔해서 오히려 감동을 준다.

「나는 여기서 또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십팔년 동안/…/ 숲의 어두움을 낮게 나는/ 법만 배웠다」(「이유」에서). 얻은 것이 하나도 없는 십팔년, 「시간과 공간을 ‘획일’이라는 단어 속에/ 얽매고서 네가 녹색칠판을 바라볼 땐/ 나도 녹색칠판을 바라」(「수업중에」서) 보아야 하는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그는 동년배 누구보다 치열하게 젊음을 산 젊은이였다. 「잦은 기침에/ 한 번쯤 하늘에 심을/ 그루 하나 있다면/ 시는 적혀지지 않는다」(「변명」에서). 광주문인협회장 김종 시인은 『김군의 생애는 흐르지 못하는 강물처럼 멈추고 말았지만, 그의 언어나 정신은 하늘의 별자리처럼 또록또록 영글어 읽는 사람들의 가슴을 눈빛 맑은 감동으로 채워준다』고 평했다.

김군의 스승이었던 광주과학고 교사 전상훈 시인은 「나를 가르치고 간 제자 형관에게」라는 시로 김군의 죽음을 애도했다. 「얼마나 우스운가/ 명색 스승이라 하는 사람이/ 제자에 대해 아는 것/…/ 아, 이제는 녀석이 나를 가르치는구나/ 시란 죽음을 삶처럼 부둥켜안고서나/ 제대로 된 한 구절/ 쓸 둥 말 둥 하다고/ 이 서툰 시인을 가르치는구나」<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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