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졌던 미술사의 복원/나이·직장·전공 다른 ‘반골’ 셋이 의기투합/식민사관 탈피 화두로 향후연구방향 제시윤용이. 50세. 서울생. 원광대 국사교육과 교수. 전공 도자분야. 저서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유홍준. 48세. 서울생. 영남대 미술사학과 교수. 미술평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태호. 45세. 전북 옥구생. 전남대 미술교육과 교수. 회화사. 「조선후기 회화의 사실정신」.
나이, 직장, 전공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우리 미술계의 나이먹은 이단아들은 감추어졌던 것, 잊혀지거나 은폐돼 있던 우리 미술사의 편린을 찾아서 복원해내는 작업을 하는 「학문적 도반」이다. 적잖은 반골 노릇을 해온 셋이 의기투합, 한 권의 책을 냈다.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학고재). 셋이 가는 길의 대강 흐름이 이번에 나온 책속에 들어 있다.
유씨가 「공간」지에 근무하던 78년, 겸재의 「해인사도」 촬영차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학예연구원 윤씨와 이씨를 만났다. 이후 이씨와 유씨는 우리 미술계서 알아주는 단짝으로 발전했고, 윤씨까지 셋은 새로운 시각으로 상감청자의 기원을 다룬 「상감청자의 기원과 발전」과 「고구려 고분벽화의 발굴연구사」를 공저했다.
식민지문화사관의 깊은 골을 벗어나는 것이 최대의 화두이며 역사유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향후 과제라는 내용의 「한국미술사 연구 100년」, 한국미술사의 사각지대인 장승, 목판화, 민화 문자연구도 그 자체가 이들의 학문적 지향을 요약해 주는 대목. 또 그간 회화사에서 낮은 비중으로 취급돼온 불화 및 실용화 연구도 눈길이 간다. 『사회변혁기의 문화적 역동성에 주목하고, 미술하는 사람들의 작품식별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씨의 말처럼 그들의 생각이 잘 집약된 주제들이다.
하지만 이책은 일제강점기 미술사연구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을 보였지만 현대 미술사의 서술방법이나 미술비평 등에 대해서는 두루뭉실한 언급으로 넘어간 부분이 적잖아 아쉽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학계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셋의 고뇌와 한계를 보는 듯하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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