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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피플」 대책 세울 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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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피플」 대책 세울 때(사설)

입력
199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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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의 경우 극심한 식량부족과 경제파탄으로 대다수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총체적 실상은 알 수가 없다. 하루하루가 급박한 상황이지만 김정일체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언제 붕괴될 것인지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서해상으로 탈출한 안선국씨와 김원형씨 두 가족 14명의 귀순은 북한주민들의 해상을 통한 탈북사태, 즉 보트피플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우선 어제 새벽 이들 일행이 인천항에 도착하는 모습을 TV로 본 국민들은 의아하게 여긴 점이 하나 있을 것이다. 오랜 굶주림으로 피골이 상접한 것이 아니라 비교적 영양상태가 양호한 모습이었던 점이다. 또 이들은 휴대전화까지 갖고 있어 북한에서 직행한 것이 아니라 일단 중국으로 탈출후 배를 구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해준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북한체제의 통제력이 크게 해이해졌으며 이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붉은 독재하에 철통같은 주민통제를 견지해 온 북한체제는 경제파탄으로 주체사상의 대부인 황장엽 비서가 귀순해 오고 일가족 단위의 탈북이 꼬리를 물 정도로 균열과 붕괴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유엔식량계획기구 등 각종 국제기구들이 북한의 식량사정이 금세기 최악의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고 권영해 안기부장은 최근 국회에서 214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이며 지원이 없으면 7∼8월에는 전면적인 기아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금년 하반기에는 굶주림을 면하기 위한 북한주민들의 탈북사태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정부의 대비책이 시급하기만 하다.

일본은 3∼4년전부터 탈북주민들이 일본 서해연안으로 밀려들 것에 대비, 일련의 대책을 마련해 온 것에 비해 당사자인 우리측의 대책은 너무나 허술하다. 휴전선 일대의 초중교 교사를 임시수용소로 사용한다는 것과 100여명 규모의 탈북자 수용시설을 건립중인 것이 전부다. 탈북자들을 수용·보호·교육하는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벌률」도 오는 7월1일에야 발효될 형편이다.

정부방침도 해상 또는 육상탈북자는 전원 수용한다지만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래 가지고는 안된다. 북한에서 언제 어떠한 돌발사태, 내부충돌, 주민항거, 탈북사태 등이 일어날지도 예측불허인 만큼 정부는 휴전선일대 교사외에 동서남해의 연안 및 도서의 교사와 농수협시설 등을 수용소로 지정하고 적십자사 등과 협력, 식량·연료 등 각종 구호품의 비축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대통령 지침으로 중앙 및 각 시도에 탈북자 수용대책위원회를 관민합동으로 구성, 수용소 운영과 재활대책을 지역특성에 맞게 강구토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탈북자 대책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손잡고 대처해야 한다. 북한주민의 대량탈북사태를 동포애로써 받아들이는 것은 긴장완화와 평화로 가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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