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나태에 보내는 공개 경고/“교수는 무위도식…” 교육계 반성 촉구서울대 국문과 조동일(58) 교수가 「인문학문의 사명」 (서울대출판부간)을 펴냈다. 93년 「우리 학문의 길」(지식산업사간)로 학계와 교육계에 반성을 촉구하는 도전장을 던지고 지난해 3월 「공개구직 사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공개서한을 제출한 셈이다.
그는 이 책에서 「점잖은」 우리 학계 풍토로 보면 「도전을 넘어서 도발적」이라는 비난까지 받을 수 있는 소신들을 마구 쏟아낸다. 『학문을 직업으로 택해서 남의 일자리를 빼앗고서 학문을 하지 않는 배신행위는 어떤 변명을 해도 용서받을 수 없다. 대학교수는 무위도식의 원흉이므로 상당한 대우를 받아 마땅한 것도 아니다… 교수가 실제로 연구에 종사해 대학망국 시대를 청산하고 대학구국의 시대가 되게 해야한다. 체육에 견주어 말하면 온갖 고난과 별별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장기간에 걸쳐 거대한 규모의 연구를 하는 선수(교수)를 지원하는 것이 임원(대학당국)의 임무인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런 「자극적」 발언들은 신라시대 원효와 조선시대 홍대용, 최한기 같은 우리 고유의 학문적 유산을 바탕으로 중국 베트남 일본은 물론 인도, 아랍의 전통과 유럽의 최첨단 이론까지를 두루 섭렵해 우리 학문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르게 하려는 몸부림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가 지금까지 낸 30여종의 저서와 수백편의 논문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조 교수는 그 몸부림으로 문학 사학 철학(문사철)을 아우르는 통합적 인문과학 체계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렇게 촉구한다. 『역사학이나 철학 전공자들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기대하는 바이다. 심각한 쟁점을 두고 싸움이 벌어져야, 서로 다른 관심사가 한 데 합쳐지고 공동연구가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내가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경사스런 날이 곧 닥칠 것을 간절히 바란다』
그는 인문학문의 나아갈 길을 철학적 이론화와 연구·교육제도라는 두 차원에서 분석하고 이렇게 결론짓는다. 『(유럽문명권 주도의) 근대에서 이룩한 것들을 계속 이용하고 더욱 발전시키면서,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지 않고, 물량적 사고가 삶의 질을 훼손하지 않고,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의 경쟁이 인류의 화합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인류사의 미래를 설계하고 창조하는 과업을 떠맡는 것이 우리 학문이 선진화, 세계화하는 길이다』 그는 그래서 『다음 대통령은 학문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명확하고 논리적인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어 학문의 길에 들고자 하는 대학생이나 세계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고교생도 읽을 만하다. 1만8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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