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신용평가기관 “질서문란 행위” 경고/국내은행 대외신용도 또 된서리 맞을판국제금융시장에서 이뤄지는 국내금융기관간 「협조융자」에 대해 외국의 신용평가기관 및 감독기관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협조융자」란 한보·삼미그룹 부도사태 이후 국제자금시장에서 한국계 금융기관들에 대한 신용도가 급격히 추락하자 여유가 있는 금융기관이 그렇지 못한 금융기관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새로운 거래행태(일명 브리지론). 대기업 연쇄도산으로 거액부실을 떠안은 일부 금융기관들이 해외자금조달기회를 사실상 봉쇄당하게 되자 여력이 있는 은행들이 이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만든 일종의 「고육책」이다.
한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위험가산금리(일명 코리안 프리미엄)가 높아지기 시작한 1월 국내굴지의 A은행 해외점포는 현지 외국기관들로부터 돈을 꾸지못해 사실상 「부도위기」를 맞았으나 다소 여유가 있던 다른 국내은행으로부터 급전을 지원받아 급한 불을 껐다. 신용도가 비교적 좋은 B은행 외자담담자는 『장기자금은 못대주더라도 하루짜리, 혹은 한달짜리 단기외화자금은 가급적 신용도가 악화한 은행과 종금사에 빌려주고 있다』며 『협조차원에서 지원된 자금은 우리은행에서만 현재 약 1억달러』라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그러나 이같은 국내은행간 협조융자가 국제신용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의 한 신용평가기관이 이달초 몇몇 국내은행들에 대해 협조융자중단을 요청하면서 구두로 경고해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감독관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국내은행간 협조융자와 부실은행에 대한 외환당국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공정금융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외부시각 때문에 은행권에서도 「협조융자」의 존재사실에 대해 가급적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한 외환관계자는 『협조융자라도 적정마진이 붙여지는 만큼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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